내 친구, 그를 한번 보더니 마른 멸치 같다고 흉본다
내 첫 키스를 훔쳐갔던 그
결국엔 헤어지고 말았지만 나의 멸치 예찬엔 그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한다
몸이 뒤틀려 꼬부라진 너를 입에 넣는다
내 안에 들어온 너 단순한 멸치로서 술안주가 아니다
외로움에 떨고 있는 나와 벗하는 술친구요, 내 애인이다
짭쪼름한 향기 품은 바다요, 출렁이는 파도를 타게 해 주는 돛인 게다
자그마한 잔에 술 한 모금 넘긴다
해풍에 그을은 네 몸이 검게 탔구나 반짝이는 머릿통에선 품위가 아직이고
그물에서 은빛으로 파닥였을 너
내 몸속에서 살아 헤엄치는구나 내등에 솟아난 지느러미위에 올라타 맘껏 파도타기 하자꾸나
남해로, 제주로, 태평양 저 넓은곳 골든게이트까지
이난순
– 1948년 충남 청양 출생
– 2014년 콜로라도 덴버로 이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 제6회 애틀랜타신인문학상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