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수
트위터 경영 압박 ‘승부수’
최고 부자와 SNS 결합 화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주 마침내 소셜미디어 트위터(twitter)를 인수했다. 머스크는 트위터 주식 일부(9.2%)를 매입해 간(?)을 본 뒤 3주만에 회사를 아예 통째로 사버렸다.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 주식 등 219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포브스 기준 세계 1위의 부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달 25일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세계 최고 부자와 가장 영향력있는 소셜미디어의 결합”이라고 분석해 앞으로 소셜미디어 시장에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NYT에 따르면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가 지난 14일 제안한 대로 주당 54.20달러에 지분 전량을 매각, 시가총액 440억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주당 54.20달러는 머스크의 투자 소식이 공개되기 전인 4월1일 종가 기준으로 38%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트위터 이사회는 이런 매각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인수는 앞으로 주주들의 표결과 규제 당국의 승인 등을 거쳐 올해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앞서 트위터 이사회측은 15일 머스크의 적대적 인수를 저지하기 위해 기존 주주에게 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권리를 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인 ‘포이즌 필(poison pill)’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결국 인수 의지를 실현시킨 데엔 머스크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에 필요한 460억 달러를 조달할 구체적인 계획을 먼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테슬라 주식담보대출 125억 달러를 포함해 총 255억 달러의 대출을 모건스탠리 등에서 받고, 210억 달러의 자기자본조달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제안에 대해 “가장 최선이자 마지막이며 트위터가 거부할 경우 최대 주주의 지위를 재고할 것”이라고 트위터 경영진을 압박했다.
또 머스크는 액티브 펀드 등 일부 트위터 주주와 사적으로 만난 뒤 트위터 경영진과도 접촉했다. 이같은 ‘물밑 접촉’이 경영진과 주주들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제 트위터는 비상장사, 즉 머스크의 개인소유 회사로 바뀌게 된다.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상장 기업을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거래로는 최소한 최근 20년 새 이뤄진 것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트위터가 제2의 테슬라로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인지, 머스크 개인의 확성기로 전락할 것인지 기로에 서게 됐다고 내다봤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며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필수적인 문제들이 논의되는 디지털 광장”이라며 “트위터를 그 어느 때보다 더 낫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달갑지 않은 기색이다.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 기업에 허위, 유해 콘텐트 등을 적극 관리하도록 압박 중인데 머스크가 이런 흐름을 거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실제 트위터의 언론 자유를 지킬지 알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구현·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