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보안 지켜온 대법원 신뢰에 ‘치명타’…”대법원에 지각변동”
낙태권 옹호자가 유출?·대법원 유출 사태로 ‘시선 돌리기?’…추측 분분
연방 대법원 사상 초유의 결정문 초안 유출에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낙태할 권리’를 더는 인정 받을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초안의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초안이 유출됐다는 사실 자체로 미 대법원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 등의 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법관의 내부 논의 내용이 정식 발표 전에 외부로 유출된 것은 이번이 현대 사법 사상 처음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정치적 외풍과 동떨어진 채 내부 논의에 대한 철통 보안을 지켜 왔다. 결정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해서다.
이는 우호적 여론 조성이나 의제 선점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빈번하게 내부 문서가 유출되는 백악관, 의회의 분위기와 구분되는 점이다.
그러나 대법원 내부 관계자가 대법원의 기밀성을 깨뜨리고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의 내용을 유출하면서 대법원에 대한 신뢰에는 치명적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법무부 송무차관대행을 지낸 닐 카티알 변호사는 이번 유출 사건을 1971년 베트남전 관련 국방부 기밀 문서 폭로 사건과 견주며 “국방부의 기밀문서가 유출된 것과 같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법조인, 법학 교수 등이 활동하는 ‘스코터스블로그'(SCOTUSblog)는 트위터에서 “대법관과 직원 사이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에서 이번 유출 사태가 법원에 어떤 지각변동을 불러올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썼다.
소셜미디어에는 유출자의 의도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돌고 있다.
먼저 진보 성향의 대법관 혹은 대법원의 재판연구관이 ‘낙태할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결정 방향을 미리 파악하고, 여론으로 흐름을 뒤집기 위해 초안을 유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반대로 보수 성향의 대법원 내부 관계자가 유출했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번 결정에 따른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논란의 초점을 대법원의 ‘결정문 초안 유출’ 논란으로 돌리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 결정에 대한 대중의 ‘충격’을 완화하려고 미리 내용을 흘렸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유출된 초안대로 ‘낙태할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정에 참여하기를 망설이는 다른 대법관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내용을 사전에 새어나가게 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리처드 하센 어바인캘리포니아대학(UC어바인) 법대 교수는 NYT에 “유출자가 ‘낙태할 권리’ 옹호자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절차적 정당성, 대법원의 기밀 유출 등으로 논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면 오히려 ‘낙태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판결을 뒤집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