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주 이후 낙태금지…태아 가족이 시술자 제소 가능
주지사, 고심 끝 시한 1시간 남기고 서명…”위헌적” 반발도
아이다호주가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초강력 낙태 금지법을 제정했다.
브래드 리틀 주지사(68·공화)는 23일 ‘태아 심장박동 법안'(Fetal Heartbeat Bill)으로 이름 붙은 낙태 금지 법안에 서명한 후 “태아 생명을 보호하려는 아이다호 주민들의 편에 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법안은 주지사 서명일로부터 30일이 지나면 발효된다.
AP통신은 아이다호주가 ‘보수의 아성’ 텍사스주의 초강력 낙태 금지법을 모델로 법을 제정한 첫번째 주라고 전했다.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무조건 금지하는 내용으로, 위헌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정부(검찰)가 낙태 단속 및 기소권을 행사하지 않고 고소권을 일반 시민에게 부여한 점이 특징이다.
법안이 발효되면 태아의 아버지·할아버지·형제·이모·삼촌 등 가족 구성원이 낙태 시행일로부터 4년 이내에 낙태 시술자를 상대로 최소 2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점이 텍사스 주법과 다르다고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설명했다.
강간에 의해 임신이 된 경우 강간범은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나 강간범의 가족은 할 수 있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아이다호 주 상원과 하원은 지난 3일과 14일 각각 이 법안을 표결에 부쳐 상원 28대6, 하원 51대14의 압도적 지지로 가결한 바 있다.
하지만 지역방송 KTVB에 따르면 리틀 주지사는 서명 마감 시한을 단 1시간 앞두고 법안에 서명했다.
리틀 주지사는 “이 법안이 지향하는 ‘생명 존중’의 가치를 지지한다”면서도 “새로운 사법 매커니즘이 위헌적이거나 신중치 못한 것으로 나타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법안 지지자들은 낙태 제재를 위한 아이다호 주민들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됐다며 환영했다.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스티븐 해리스 주 하원의원은 “이 법은 무고한 인간 생명이 무자비하게 소멸되는 것을 막으려는 아이다호 주민들의 가치를 반영한다. 생명 보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많은 여성들이 임신을 자각하지 못한 채 6주가 지나기도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로렌 네코치아 주 하원의원은 “이 법은 지극히 위헌적이며, 잔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족계획협회도 “아이다호주 여성들의 낙태권을 회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법정 투쟁 의사를 밝혔다.
현재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는 주는 텍사스 뿐이다.
노스다코타주가 2013년 미국에서 가장 먼저 임신 6주 이후 낙태 금지법을 제정했으나 2015년 연방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좌초됐다.
이후 아이오와·앨러배마·조지아 등 10여 개 주에서 유사 입법이 추진됐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텍사스 주는 긴 논란 끝에 입법을 완료하고 작년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낙태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 법원에 텍사스주 낙태법의 효력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냈으나 항소와 상고를 거듭한 끝에 대법원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후 테네시 주의회가 지난 22일 ‘텍사스 스타일’의 낙태금지법을 발의하고 오클라호마 주하원이 23일 유사 법안을 승인하는 등 여러 주에서 유사 입법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