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낙태권 제한 때 온라인 약품수요 급증 ‘풍선효과’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할 권리를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낙태권에 대한 갈등이 낙태약의 원격처방과 우편배송 허용 여부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000년 인공임신중절약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승인했고, 지난해에는 원격 진료를 통해 낙태약을 처방받아 우편으로 이를 배달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낙태권 옹호 단체인 미 구트마허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 진행되는 낙태의 절반 이상은 수술이 아닌 낙태약 복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사우스다코다와 텍사스, 켄터키, 아칸소, 오하이오 등 19개 주는 환자가 낙태약을 처방받으려면 의사와 물리적으로 대면하도록 했다. 낙태권을 제한하는 이들 주에 사는 임신부는 낙태약을 처방받기 위해 낙태가 허용되는 다른 주로 이동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놓고 낙태법 전문가들은 연방법률에 근거를 둔 FDA가 완화한 규제를 주법으로 막을 수 있느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미첼 햄라인 법대 로라 허머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연방법이 주법을 우선하고 FDA가 낙태약을 규제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주 의회가 공중보건을 위해 관련 약물의 접근을 더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법원이 배아와 태아에게 인간으로서 완전한 권리를 준다면 모든 것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낙태권을 옹호하는 미국가족계획연맹의 새라 트렉슬러 박사는 원격의료 제공자들은 환자가 있는 주의 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낙태권이 있는) 미네소타에서 약물 낙태가 금지된 미국의 다른 지역으로 낙태약을 배송할 자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피츠버그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그리어 돈리 교수는 여성들이 주 경계를 넘는 것은 물론 많은 여성이 국제 온라인 약국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낙태 접근을 통제하기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에서 재생산권을 전공한 메리 치글러 교수는 “낙태약에 대한 접근을 얼마만큼 제한할 수 있을지가 낙태 금지를 얼마나 강제하는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로 불리는 판결을 통해 헌법에 따라 임신 약 24주 안에는 여성의 낙태권이 보장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언론에 보도된 판결문 초안에는 헌법에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어떤 조항도 낙태권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낙태권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