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입’이 바뀐다.
젠 사키 현 대변인은 오는 13일 퇴임하며 바통을 카린 장-피에르에게 넘긴다.
1977년생인 장-피에르 대변인이 오는 21일로 예정된 윤석열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의 브리핑을 지휘할 인물이 되는 것이다.
장-피에르는 현 부대변인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언론 홍보 담당으로 오랜 기간 함께 해왔다.
바이든도 장-피에르의 임명을 발표하면서 “백악관 대변인은 어려운 자리이지만 커린은 경험과 재능 그리고 성실성 등 모든 필요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며 “커린은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끄는 정부를 위해 미국 국민을 대표해 일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적었다.
사키 대변인 역시 장-피에르를 기자들에게 자신의 후임으로 소개하는 자리에서 “내 친구이자 역사를 새로 쓸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사키와 장-피에르는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충성도와 여성이라는 점은 같다. 그러나 장-피에르는 사키와 달리 흑인이고,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이다.
이 두가지 면에서 장-피에르는 ‘최초’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장-피에르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소수자들의 정당한 기회를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께 감사하며, 감정이 북받치게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백악관 대변인이라는 자리는 그러나 나 한 명의 개인이 아닌 팀플레이로 돌아가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을 낮췄다.
장-피에르의 혼인 파트너는 현 CNN의 대기자 격인 수잔 말보이다. 둘은 딸을 입양해 워싱턴DC에서 기르고 있다.
장-피에르는 아이티 출신의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택시기사였던 아버지와 복지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뉴욕 퀸스에서 성장했다.
장녀였는데, 생업에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을 돌보며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정치에 눈을 떴고, 콜럼비아대 저널리즘 스쿨을 졸업한 뒤 정치 컨설턴트 및 언론 홍보 전문가로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 11월 백악관 행사장에서 부부 자격으로 참석한 장-피에르(가운데 빨간 옷)와 파트너 수잔 말보(그 바로 옆 검은색 옷). 안고 있는 아이는 입양한 딸
파트너인 수잔 말보 기자도 콜럼비아대 석사이고, 박사는 하버드에서 취득했다. 기자와 정치인 공보 담당 커플, 미묘하지만 둘은 업무적으로는 선을 분명히 지키며 프로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말보 기자는 조지 H.W. 부시와 빌 클린턴 등 대통령을 다수 인터뷰했지만, 자신의 파트너와 관계된 바이든 대통령과는 일부러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건 젠 사키 대변인의 다음 행보이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MSNBC 방송국에서 정치 관련 코멘테이터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쇼를 진행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키 대변인 본인은 이를 공식 인정한 적은 아직은 없지만 부인도 하지 않았다. NCND(긍정도 부정도 안 하는 것)은 이런 경우 대다수 긍정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건 장-피에르 역시 MSNBC에서 정치 관련 코멘테이터를 했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사키 대변인의 행보가 그렇다고 떳떳하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기자단에게도 그렇다.
사키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지금 그 대변인 석에 서서 우리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는 당신이 곧바로 언론사로 넘어간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라는 질문을 가장한 지적을 받았다. 이 질문으로 곤욕을 치르게 한 기자는 다름 아닌 MSNBC의 백악관 담당 수석 기자였다.
장-피에르는 21일 윤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내용을 어떻게 전하게 될까. 윤 당선인 측의 대변인들과는 어떤 합을 보여주게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전수진 투데이 피플뉴스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