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제 올 연말에 미국 기준금리가 3%대로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6일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에 3.00∼3.25%까지 오를 확률이 43.2%로 가장 높고, 2.75∼3.00%에 도달할 것이란 확률은 41.2%로 집계됐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3.00∼3.25%에 도달할 것이란 확률이 8.8%에 그쳤으나, 그사이 확 뛰어올랐다.
여기에 3.25∼3.50%일 확률(10.0%)과 3.50∼3.75%에 이를 확률(0.4%)까지 합하면 연말 기준금리 상단이 3% 이상일 확률이 94.8%에 이른다.
페드워치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의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판단하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추산한다.
기준금리가 연말이면 3%선에 도달하거나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금융시장의 대세인 셈이다.
페드워치 기준금리 전망 [페드워치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이는 앞서 3월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예상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인 1.9%(중간값 기준)뿐만 아니라 내년 전망치인 2.8%보다도 높다.
게다가 최근 들어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형성된 컨센서스인 연말 중립 금리 도달 전망도 뛰어넘는다.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금리인 중립 금리 수준은 대체로 2.5%가량으로 추정된다.
현재 금융시장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번 통화정책 회의 후 밝힌 금리 경로를 웃돌기도 한다.
파월 의장은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평소 인상 폭의 3배인 0.75%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은 “향후 두어 번 회의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위원회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향후 남은 5번의 FOMC 회의에서 빅스텝을 2번 밟고 남은 3번에선 통상적인 스텝을 밟는다면 연말 기준금리는 2.50∼2.75%가 된다. 이 역시 현재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전망치엔 미치지 못한다.
결국 지금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이 제시한 경로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예상하는 셈이다.
연준이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보여준 태도보다 더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전 부의장은 지난 5일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면 기준금리를 최소한 3.5%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현재 중립 수준으로 추정되는 2.5%보다 1.0%포인트 높이 인상돼야 (경기)제약적(restrictive) 영역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CNN비즈니스는 연준이 좀 더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아 미국 경제가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에 빠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더블딥은 경기가 이른바 ‘W’자형을 그리며 이중 침체를 겪는 현상을 말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잠깐 올리다 멈추면 경기가 되살아나겠지만, 인플레이션이 재차 치솟게 돼 결국 연준이 이를 잡으려고 이전보다 더 공격적인 인상에 나서게 되면서 경기침체가 더 깊고 길어진다는 것이 더블딥 우려의 요지다.
미국 경제가 최근 더블딥을 겪은 사례는 1980∼1982년으로,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이다.
연준은 경기침체 없는 물가 안정이라는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역설하지만, 어차피 지금과 같이 전례가 드문 물가 상승세를 잡으려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관측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연준이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물가 상승률을 4%포인트 낮춘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정책 목표로 참고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의 3월 상승률은 6.6%로 연준 목표치인 2%보다 4%포인트 이상 높다.
자산운용사 ‘프린서플 글로벌 인베스터’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연준이 과감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며 “연준이 너무 일찍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다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1980년대 초반이 명백하게 그런 비교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 전망대로 미국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한국과 상당히 큰 금리 역전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블룸버그가 시장 전망기관들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평균 1.85%로 집계됐다. 이는 연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보다 1%포인트가량 낮은 것이어서 만약 이런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면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