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치의 여왕’이라 불리던 필리핀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92)가 화려하게 돌아왔다.
아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64)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다.
1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은 지난 9일 진행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을 누르고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됐다.
10일 오전 마르코스 전 의원은 로브레도 부통령의 두 배인 3000만표 이상을 획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르코스 전 의원은 이달 말 공식 결과 발표를 거쳐 오는 6월 30일 정식으로 대통령에 취임할 전망이다.
마르코스의 당선으로 그의 어머니인 이멜다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멜다는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 집권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남편이 집권하는 동안 이멜다는 마닐라 주지사와 주택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이들 부부는 지난 1986년 2월 항쟁(피플파워)으로 실각하고 하와이로 망명했는데, 이후 이멜다가 남편의 재임 동안 각종 사치와 향락을 누린 사실이 낱낱이 공개되며 ‘부패의 상징’이란 불명예를 안았다.특히 마르코스 일가가 떠난 대통령궁(말라카낭궁)에서는 3000켤레 넘는 형형색색의 명품 구두와 각종 드레스, 장신구 등 화려한 사치품들이 발견됐다.
2005년 필리핀의 한 관리가 이멜다 마르코스로부터 압류한 왕관. 다이아몬드와 진주로 장식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3년 제작된 이멜다의 전기 영화 ‘이멜다’에는 “이멜다가 8년간 매일 구두를 갈아 신었으며 하루도 같은 구두를 신은 적이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멜다의 3000켤레 구두는 현재 필리핀 마닐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또 대통령궁의 바닥은 이탈리아산 대리석으로, 천장은 크리스털 샹들리에로 장식돼 있었다고 한다.
실제 마르코스 일가가 집권했던 20년 동안 부정 축재한 규모는 무려 100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들은 미국의 맨해튼 등 뉴욕 일대에서 거액의 부동산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멜다는 실각 뒤 망명했다가 5년 만인 1991년 사면돼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1995년엔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3회 연임했다.
이보람(lee.boram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