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몇 차례 주장했고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이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실행을 막으려는 목적이 장관직을 지킨 이유 중 하나였다고 토로할 정도다.
에스퍼 전 장관은 10일 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을 폄하하면서 2만8천500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명령을 내리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했다.
에스퍼 전 장관을 비롯한 다른 고위 관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또 실제 철수 명령이 내려지진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이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우리에게 삼성 TV를 파는데, 우리는 그들을 보호해준다. 이는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하면, 한국인들에 대해 “다루기가 끔찍하다”,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라고도 비난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가 장관 재직 15개월간 여러 번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언급했다면서 대북 억지력 상실 등 재앙적인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미군을 몰아내려 한 중국이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는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하시죠”라고 제안하자 트럼프가 “그렇지, 맞아, 두 번째 임기”라며 미소를 지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도 안보 문제에서 미국에 ‘무임승차’한다면서 아프리카 주둔 미군 철수 희망을 피력했고, 실제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자신의 재임 중에는 주한미군 철수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서, 자신이 장관직을 지킨 이유 중 하나는 퇴임할 경우 후임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철수 명령을 따르며 실제 철수를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까지 말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WP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군(軍) 최고사령관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선출된 지도자, 특히 미국의 대통령은 자신보다 나라를 우선시하는 기본 자질을 체화하고 원칙과 진실성이 있어야 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에스퍼 전 장관은 2020년 3월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잠정 타결안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되돌려 버렸다는 사실도 직접 확인했다.
그는 국무부가 주도한 협상팀이 13% 증액안을 잠정 합의해 백악관에 보고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시간 만에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00% 인상을 주장했고 에스퍼 전 장관은 50% 증액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13%는 합리적 해법을 찾으려는 폼페이오 전 장관이나 자신이 보기에도 어려운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미국이 한국에 분담금 증액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