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귀넷카운티 대표 공원
호수 주변 숲길 풀밭길 인기
귀넷 최고봉도 오를 수 있어
#.걷기 좋은 곳, 멀리 가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좋다는 게 뭔가. 사는 집 근처, 직장 근처에도 얼마든지 있다. 카운티공원이 그런 곳이다.
동네 공원이라고 만만히 볼 게 아니다. 국립공원 주립공원 수준은 아니어도 산책길, 체육관, 운동시설, 피크닉 장소 등이 아주 잘 관리되고 있어 주민들에겐 더할 수 없이 소중한 휴식처이자 쉼터다.
대부분 나무가 많고 숲도 깊다. 개울물 흐르고 호수, 연못이 있어 운치까지 더하는 곳도 많다. 조지아에서 한인들 가장 많이 사는 귀넷카운티만 해도 47개나 되는 카운티공원이 있다. 오늘 소개하려는 리틀 멀베리 파크도 그 중의 하나다.
공원 소개에 앞서 귀넷카운티가 어떤 곳인지부터 좀 살펴보자. 조지아에는 모두 159개 카운티가 있다. 미국 50개 주 중 텍사스(254개)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카운티는 주(state) 아래에 있는 행정단위다. 캘리포니아는 58개, 뉴욕은 62개 카운티가 있다.
159개 카운티중 2022년 기준으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은 풀턴카운터(Fulton:1,105,355명)다. 귀넷(Gwinnett)카운티는 96만2989명으로 두 번째로 많다. 3~4위는 디캡(DeKalb, 772,470명), 캅(Cobb, 772,354명) 카운티다. 이들 빅4는 모두 애틀랜타 주변에 있다. 5위는 30만이 조금 넘는 클레이턴(Clayton) 카운티다. 그 뒤를 채텀(Chatham), 체로키(Cherokee), 포사이스(Forsyth), 헨리(Henry), 홀(Hall) 카운티가 잇는다. 모두 인구 2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카운티들이다. 도시 집중화가 계속되면서 인구 1만 명이 채 안 되는 카운티도 30개가 넘는다. 주민 수가 가장 적은 곳은 애틀랜타와 오거스타 중간에 위치한 탈리페로(Taliaferro) 카운티로 1300명에 불과하다.
귀넷카운티는 1818년에 설립됐다. 한인 밀집지역인 둘루스와스와니가 포함돼 있다. 행정 수도는 로렌스빌이며 애틀랜타 한인회관이 있는 노크로스, 래니어 호수로 유명한 뷰포드도귀넷카운티에 속한다.
귀넷이라는 이름은 버튼 귀넷(Button Gwinnett, 1735~1777)이라는 사람 이름에서 유래됐다. 버튼 귀넷은 영국과의 독립전쟁 당시 조지아를 대표해 대륙회의에 참석했던 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독립선언서에 조지아 대표로 서명함으로써 ‘미국 건국의 아버지’ 56명 중 한 명이 됐다.
귀넷카운티는 인구 구성은 백인이 53.3%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23.6%의 흑인이다. 아시안도 11%나 된다. 이는 포사이스 카운티에 이어 조지아주에선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아시안은 한인과 중국계, 베트남계, 인도계 주민들 가장 많다. 조지아주 다양성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카운티다.
지난 주말 리틀 멀베리 공원을 걸으면서도 실감했다. 백인, 흑인, 인도사람, 중국사람, 한국사람…. 그야말로 인종 전시장이다.
#. 리틀 멀베리 파크는 애틀랜타 동북쪽 도시 대큘라(Dacula)와어번(Auburn)에 걸쳐 있다. 2004년 귀넷카운티 공원으로 정식 개장했으며 전체 크기는 892에이커에 이른다. 귀넷카운티공원 중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가장 큰 공원은 대큘라에 있는 하빈스 파크(Harbins Park, 2995 Luke Edwards Rd, Dacula)로 1960에이커나 된다.
공원 곳곳에 하얀 찔레꽃이 한창이다.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핀다.
리틀 멀베리 공원은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작은 연못, 큰 호수,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와 울창한 숲, 잘 포장된 트레일 등 그만큼 공원이 잘 되어 있다. 귀넷카운티에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곳도 이 공원 안에 있다. 호수에선 낚시도 할 수 있고, 말도 탈 수 있는 길이 따로 있다. 공원에는 2005년 밀러(Miller) 가문으로부터 사들인 404에이커 땅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일부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공원 트레일은 자세한 안내판들이 많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멀베리(Mulberry)는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말한다. 하지만 내 눈이 밝지 못해서인지 이번에 가서는 실제 뽕나무를 보지 못했다. 미국 사람 성씨 중에도 멀베리가 있다. 아마 멀베리라는 공원 이름은 뽕나무 아니면 사람 이름 둘 중 하나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누군가 확실히 안다면 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수령 200년이 넘은 나무다.
공원이 크다보니 출입구도 4곳이나 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방문하기 전 웹사이트를 통해 공원 지도를 살펴보고 어느 쪽을 둘러볼 것인지 정하고 가는 것이 좋다. 산길, 숲길 걷기를 원한다면 펜스로드 출입구(3855 Fence Road, Auburn)가 좋다. 물가를 걷고 싶다면 호그 마운틴 로드 입구(3900 Hog Mountain Road, Dacula)로 들어가야 한다. 디스크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3800 Hog Mountain, Dacula)와 승마용 트레일러 주차장을 겸한 승마장 입구(1300 Mineral Springs Road, Dacula)도 따로 있다.
리틀멀베리파크 입구 중 한 곳. 공원이 넓어 입구만 4곳이 있다.
공원에는 모두 8개의 트레일이 있고 전체 트레일은 14마일에 이른다. 트레일과 트레일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걷고 싶은 거리만큼 알아서 걸으면 된다. 그 중 특히 인기 있는 트레일은 다음 3개다. 모두 방문자들이 좋다고 추천한 트레일이며 나도 직접 걸어 보고 확인한 곳들이다.
작은 개울 옆으로 트레일이 이어진다.
▶밀러 루프 트레일(Miller Loop Trail) : 밀러 레이크 호수를 한 바퀴 도는 2.2마일 코스로 가장 대중적인 트레일이다. 1시간이면 충분히 걷는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와서 걷는 사람이 많다.
밀러레이크 호수. 공원 중심에 자리 잡은 인공호수다.
길이 대부분 평지이기 때문에 달리는 사람도 많다. 호수 주변엔 군데군데 낚시터가 있어 직접 낚시를 즐길 수 있고 낚시하는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밀러 레이크는 댐으로 생긴 인공호수다. 약 200에이커의 카리나 밀러 자연보호구역(Karina Miller Nature Preserve)도 이곳에 있다.
동네 주민이 밀러 레이크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1년 전 조지아로 이주해 왔다는 70대 할아버지다.
호수는 생명이다. 밀러레이크에 사는 민물 거북들.
캐나디안 구스 가족들이 호숫가로 봄나들이를 나왔다.
▶라빈 루프 트레일(Ravine Loop Trail) : 펜스로드 입구에서 올라간다. 공원 안 가장 우거진 숲속 길을 한 바퀴 돌아 나올 수 있는 트레일이다. 중간중간 계곡과 골짜기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적당히 오르내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2.2마일 1시간 정도 소요. 라빈 트레일 중간쯤에서 갈라지는 1마일 길이의 우드랜드(Woodland) 트레일을 끼고 돌면 30분 정도 더 걸을 수 있다.
라빈트레일에서 만난 작은 폭포. 물이 많진 않지만 운치가 있다.
계곡 아래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는데 개구리나 도롱뇽 같은 양서류 서식지여서 카운티 정부가 각별히 관리한다. 트레일을 걷다 보면 돌을 원형 또는 반원형으로 쌓아놓은 돌무더기도 볼 수 있다. 리틀 멀베리 인디언 마운드(Little Mulberry Indian Mounds)라는 돌무더기인데 갯수가 200개나 된다고 한다. 옛날 이 지역에 살았던 원주민 무덤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 기원을 밝히기 위해 언젠가는 발굴을 할
모양인 듯 지금은 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리틀 멀베리 인디언 마운드. 숲속에 200여개나 흩어져 있지만 어떤 목적으로 쌓았는지 확실치는 않다.
▶메도 트레일(Meadow Trail): 이름 그대로 넓은 풀밭 사이로 난 길이다. 라빈 트레일이나 밀러 트레일에서 바로 이어진다. 큰 나무 하나 없이 풀만 가득한 이곳은 한때 이 일대가 목장이었음을 말해준다. 이스트 메도, 웨스트 메도 각각 1마일씩이다. 웨스트 메도 정상은 해발 1206피트(367m)로 귀넷카운티에서 가장 높다.
이 외에도 멀베리 트레일, 캐리지 트레일, 폰드 트레일 등 크고 작은 트레일이 곳곳으로 뻗어 있다.
메도 트레일 정상. 귀넷카운티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트레일 대부분은 포장이 되어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다. 미국은 개나 고양이의 천국이지만 의외로 개를 동반할 수 없는 트레일도 많은데 이곳은 개도 대환영이다. 피크닉 장소가 많아 한인들 모임이나 행사도 종종 이곳에서 열린다.
공원 지도.
글·사진=이종호 애틀랜타중앙일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