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선 출마 거론되는 공화당 ‘잠룡’…反트럼프 기치로 정치색 강화
“한복을 입은 제 모습을 초상화에 담았습니다. 그게 제 정체성이니까요.”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군에 꼽히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그 부인인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의 초상화가 12일 공개됐다.
애나폴리스 주지사 관저에 역대 주지사들의 초상화와 함께 내걸릴 그림은 부부의 면모를 자연스레 드러냈다.
각각 제작된 초상화에서 호건 주지사는 자주색 넥타이를 착용한 모습에 녹음이 우거진 창을 배경으로 편안히 미소짓는 모습이었다.
붉은 저고리에 남색 치마 차림의 유미 호건 여사는 단호한 표정으로 정면을 주시했다.
메릴랜드 주지사의 관저에 역대 ‘주(州) 퍼스트 레이디’의 초상화와 함께 내걸릴 유미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부인의 초상화
그녀의 뒤에는 미국 역사상 첫 ‘한국계’ 주지사 부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호건 여사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초상화 제작은 모두 재단을 통해 모금으로 비용을 충당한다”며 “주 정부의 예산을 하나도 이용하지 않고 100% 후원자들의 기금으로 초상화 제작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나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이를 분명히 초상화에 담고 싶었다”며 “역대 주지사 부인들을 보면 모두 드레스를 입고 초상화를 제작했지만 나는 한복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메릴랜드 주지사 관저에 내걸릴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초상화.
호건 여사의 초상화를 담당한 작가 역시 재미 작가로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메릴랜드 솔즈베리 미대 김진철 교수다. 구석구석 한국인의 정체성을 반영했다.
호건 여사는 이날 기념식에서 “남편의 뒤가 아니라 옆에 있기 위해 노력했다”며 “후대 이 자리에 서게 될 ‘퍼스트 레이디’들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건 주지사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기하며 “이 곳에서 내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며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게 돼 기쁘다. 가족들에게 헌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우위를 보여온 ‘민주당 텃밭’ 메릴랜드에서 재선에 성공한 호건 주지사는 오는 2024년 차기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항해 대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공화당 내 ‘잠룡’이다.
2023년 1월까지가 임기인 그는 당내에서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 연방 상원 의원으로 나서 상원에서 당의 기반을 공고히 해달라는 강한 압박을 받아 왔지만 이를 고사하며 2024년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공화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그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직설적 비판을 제기하는 등 반(反)트럼프의 기치를 내세우며 정치색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기념식에선 자신이 초상화에 착용한 것과 동일한 자주색 넥타이를 한 사실을 거론하며 “자주색은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랑과 (공화당의 상징인) 빨강을 하나로 섞어야 나온다”며 당파성에 얽매이지 않는 통합적 행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수혁 주미한국대사는 이날 축사에서 “한국인들은 호건 주지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를 ‘한국 사위’로 부른다”며 “호건 여사 뿐 아니라 호건 주지사까지 두 부부의 초상화 모두에서 한국 DNA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