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활약한 미국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만 레이(1890∼1976)의 작품 ‘르 비올롱 댕그르(Le Violon d’ Ingres)’가 역대 사진 최고가로 낙찰됐다고 CNN이 16일 보도했다.
레이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20세기 초현실주의 사진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이 사진은 14일 크리스티 경매에서 1240만 달러에 최종 낙찰됐다. 이는 당초 크리스티가 평가한 예상 가격인 500만~7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경매를 통해 거래된 사진으로는 역대 최고가다. 이 작품 직전까지 가장 비싼 사진은 독일의 사진작가 안드레스 구르스키의 ‘라인 II(Rhine II)’로 2011년 433만 달러)에 거래됐다.
레이의 ‘르 비올롱 댕그르’는 나체 여성 모델의 사진 위에 바이올린의 에프 홀(f홀)을 그려 넣은 뒤 다시 사진을 찍는 방법으로 제작됐다.
사진 속 여인은 레이의 뮤즈이자 모델, 화가 등으로 활동했던 ‘몽파르나스의 키키’로 알려진 알리스프랭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고전주의 화가인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가 남긴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르 비올롱 댕그르’라는 작품 이름도 ‘앵그르의 바이올린’을 뜻한다. 앵그르는 여가 시간에 바이올린을 켰다고 한다.
사진은 레이가 1962년까지 직접 가지고 있던 원본이다. 이후 미국의 수집가인 멜빈 제이컵스 부부한테로 넘어갔고 최근 이들 부부가 사망하면서 경매에 나왔다.
한편 레이는 미국 태생으로 다양한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의 작품으로 예술사에 이름을 남겼다. 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고, 사진 이외에도 회화와 설치작품, 영화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다.
현예슬(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