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플랫폼 콘텐츠 규제 논란 재점화할 듯
15일 발생한 뉴욕주 버펄로 탑스마켓 총기난사범의 범행은 비디오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생중계됐다.
트위치가 2분 만에 송출을 중단시켰지만, 18세 백인 남성 페이튼 젠드런이 마켓 입구에서부터 카운터까지 돌진하며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을 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날 총격 희생자 수는 총 10명이었다.
젠드런은 방탄 헬멧에 달린 고프로 카메라로 이미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을 향해 다시 총을 발사하는 장면, 흑인이 아닌 점원에게는 “(총을 잘못 겨눠서) 미안!”이라고 소리치는 장면까지 생중계했다.
당시 생중계 화면. 총기 난사 범행 현장으로 이동한 페이튼 젠드런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총을 난사한다. 사진 / 로이터
그 2분짜리 동영상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한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이 동영상은 삭제되기 전까지 3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총기 난사 생중계’ 문제는 비슷한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2019년 51명이 목숨을 잃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총기 난사 사건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17분간 생중계됐다.
같은 해 10월9일 독일 작센안할트주 할레 유대교회당 앞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도 트위치에서 약 30분간 실시간 중계됐다. 방송을 실시간으로 본 시청자 수가 2천200명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총기 난사 사건의 완전 근절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런 생중계나, 이 생중계를 녹화한 동영상의 확산이 또 다른 총기난사범의 탄생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총기난사범 상당수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하는 자료로 인종차별적 궤변을 습득하고, 잘못된 동기부여에 빠지는 경향을 보여 이런 동영상이 결정적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펄로 총기 살해범 젠드런은 뉴질랜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도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그 동영상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사실 트위치가 사건 발생 2분 만에 생중계를 차단한 것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매우 빠른 편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아무리 차단이 빨랐어도 생중계가 시작되자마자 희생자가 발생했고, 이 동영상이 결국 확산했다는 점에서 모든 이용자에게 생중계 권한을 주는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젠드런은 범행 전 남긴 글에서 트위치를 생중계 플랫폼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 “무료 생중계가 되고 인터넷 이용자라면 전부가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는 계정을 인증하고 구독자 50명을 확보한 이후에야 모바일 기기로 생중계가 가능하지만 트위치는 현재 모든 이용자가 생중계를 할 수 있다.
이런 논란이 결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 규제 논란으로 확산할 조짐도 보인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 인수를 추진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버펄로가 고향인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소셜미디어 업체를 향해 “(문제의 동영상이) 바이러스처럼 확산하고 있다”며 “이런 것이 확산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는 식의 정책은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