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최후 항전 중인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우크라이나 방어군에게 “전투임무 종료”를 선언했다.
로이터통신은 “개전 이후 82일 동안 가장 길고 피비린내 나는 전투의 종지부”라면서 “우크라이나군에게 중대한 패배”라고 전했다.
▶“임무 완수”
지휘관은 목숨 부지하라”=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작전 참모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마리우폴 수비대는 임무를 완수했다”면서 “최고 군사령부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부대 지휘관들에게 ‘목숨을 부지하라’고 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마리우폴 수비대는 우리 시대의 영웅으로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치하하며 “아조우연대, 국가방위군 제12여단, 제36해병여단, 국경수비대, 경찰, 의용군, 마리우폴 영토 방위군이 우리의 영웅”이라고 밝혔다.
‘전투임무 종료’ 선언은 아조우스탈 제철소 내 부상병 264명이 러시아군 통제 지역으로 이송된 뒤 나왔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중상을 입은 53명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도시 노보아조우스크의 한 병원으로, 부상 정도를 확인하지 못한 211명은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올레니브카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결정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영웅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영웅을 살리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통제지역으로 이송된) 장병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이는 매우 섬세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가 러군에 저항할 시간 벌어줘”
말랴르 차관은 “불행히도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수단으로 (러시아군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포위망을 뚫을 수 없었다”며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러시아와 포로 교환 협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마리우폴 수호자들의 결사 항전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적군(러시아군)에 대항할 예비군을 모으고 서방 무기를 확보할 중요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이들을 치하했다.
제철소 내 잔류 병사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NYT는 최대 2000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말랴르 차관은 이들에 대한 구조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마리우폴은 친러 반군 세력이 통제하는 동부 돈바스 지역과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육로로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개전 직후 러시아군에 포위 당해 집중 포격을 맞았다. 도시의 95%가 폐허가 됐고 최대 2만 명의 민간인이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난 3월부터 마리우폴이 러시아에 함락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우크라이나 방어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최후 저지선으로 삼아 지난 15일까지 전투를 이어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소이탄(화염으로 적을 공격하는 폭탄) 등을 사용하며 거센 공격을 이어가자, 우크라이나 당국은 병사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철수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