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주 법원이 1931년 제정된 주(州) 낙태 금지법의 시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결정을 내놨다.
17일 AP통신과 지역 언론에 따르면 미시간주 청구법원 엘리자베스 글리처 판사는 낙태 금지가 주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가족계획연맹’ 등이 청구한 예비적 금지명령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연방대법원이 내달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번복하더라도, 미시간주에서는 낙태가 불법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글리처 판사는 신체의 온전성을 보호하는 주헌법 조항에 따라 낙태권이 보장된다고 확인했다.
그는 미시간주에서 낙태가 합법화된 지 50년이 지났다면서 “시민들이 누리는 개인의 자율권과 신체의 온전한 권리에는 여성이 주치의와 상의해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포함된다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는 “헌법적 관점에서 안전한 치료를 받을 권리는 환자가 치료를 거부할 권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를 규제하는 다른 미시간주 법률은 계속해서 시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시간주는 1931년 강간 또는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임부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목적 이외의 낙태를 중범죄로 간주하는 내용의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1973년 연방대법원이 임신 22∼24주 이전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사법(死法·실제에 적용되지 않는 법률)이 됐으나, 조만간 효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이 미시시피주에서 논란이 된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법에 대한 위헌 여부 심사 결과를 합헌으로 내놓아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를 폐기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가족계획연맹 측은 “대법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미시간주에서 낙태 접근권은 여전히 보호된다”며 “우리의 모든 소송은 이 낡은 법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별도로 낙태금지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별도로 소송을 낸 그레첸 휘트커 미시간 주지사는 이번 판결을 ‘승리’라고 표현했다.
민주당 소속인 휘트먼 주지사는 “성폭력이나 근친상간에도 낙태를 금지하는 1931년 미시간주의 법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더라도 효력을 발휘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라며 “이는 미시간주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자유롭고 통제할 수 있는 곳으로 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