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일상을 되찾아가면서 다시 고객에게 드레스코드(복장 규정) 준수를 요구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년간 미국 전역에서 최근 몇 곳의 식당이 고객의 옷차림을 규정하고 나섰다고 17일 보도했다.
뉴욕의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 ‘레트루와 셰보’는 고객에게 방문 전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적절한 만찬 복장을 착용하고 뉴욕 도심 스타일을 즐기기를 기대한다”며 청바지, 반바지, 운동화는 ‘절대 금지’라고 안내했다.
이 식당의 엔지 마르 셰프는 “슬리퍼도 절대 안 된다”면서 “내가 사랑하는 고전적인 멋스러움을 지난 5∼6년간 뉴욕에서 볼 수 없어 너무 안타깝다. 그 멋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올리베타’는 고객에게 “고급스럽고 우아한 드레스코드를 강력히 시행한다”고 경고성으로 권유했고, 댈러스의 ‘캣버드’는 “‘스마트 캐주얼'(깔끔한 평상복)이나 그 이상”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
시카고의 ‘키친+칵테일’은 “최상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며 고객 옷차림에 ‘높은 수준’을 장려했고, 휴스턴의 ‘줄리엣’은 “나쁜 냄새를 풍기는 옷을 입으면 출입 불가”라고 안내했다.
각자 표현은 다르지만, 식당들의 생각은 비슷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평범한 옷만 입던 고객들이 다시 멋지게 차려입고 분위기를 내고 싶어할 것이란 판단이다.
NBA 선수 제임스 하든이 작년 3월에 연 휴스턴의 고급식당 ‘서틴’의 매니저 로자 그레이디는 “어딜 가든 사람들은 티셔츠와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머리도 다듬지 않았다”며 “우리는 서틴이 사람들이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가 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 요청에도 거부반응을 보이는 고객이 많은 상황에서 복장 규정이 이해되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또 최근 몇 년 미국에서 평등과 포용이 주요 가치로 부상하면서 복장 규정이 고객을 차별하거나 마음대로 대하는 은밀한 수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드레스코드에 대해 책을 쓴 리처드 톰슨 포드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는 “복장은 성 정체성, 성 역할, 인종, 계급, 지위 등 논쟁이 되는 많은 사안을 상징한다”며 “우리가 이런 사안에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을 때 복장 같은 대체재를 통해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레스코드는 특정 집단이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도록 하거나, 이곳은 당신들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여과장치”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논란이 되다 보니 때로는 지방자치단체가 과도한 드레스코드에 개입하기도 한다.
볼티모어시의회는 2020년 여름 특정 레스토랑의 드레스코드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 식당이 운동복 차림의 아들과 함께 온 흑인 여성에게 출입을 거부했기 때문인데, 당시 식당에는 비슷한 차림의 백인 아동이 식사 중이었다고 한다.
특정 고객이 복장 규정을 준수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인 경향이 있다.
휴스턴의 멕시칸 식당인 ‘플로라’는 운동복을 금지하지만 ‘룰루레몬’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허용한다. 식당 측은 드레스코드는 “개인이 스타일을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와도 조금 관련이 있다”는 입장이다.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식당 직원들이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
작년 5월까지 워싱턴DC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일한 줄리아 예거는 “특히 규정의 막연함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누구도 규정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안드레 M. 페리는 “문제 소지가 없는 드레스코드를 찾기 힘들지만, 식당이 특정 공동체를 형성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면서 “다만 우리가 공동체를 정의하는 방식은 종종 인종이나 성 차별적이거나 동성애 혐오적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