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 연방정부와 텍사스 주정부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이 새 선거구 개편안과 관련해 텍사스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이 소송에서 법무부는 공화당 주도의 텍사스 주의회가 새로 획정한 선거구 개편안이 흑인·소수 인종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표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구 재조정(redistricting)이란 헌법에 따라 매 10년마다 미국 전체 인구를 조사한 후, 하원의석을 일정한 인구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텍사스주는 인구 증가를 반영해 오는 2022년 선거부터 하원 의석수가 지금보다 2석 늘어난 38석이 되었다. 그런데 텍사스 주의회와 공화당 출신 주지사 그레그 애봇(Gregg Abbott)이 지난해 10월 확정한 선거구 개편안은 새로운 2석을 백인 유권자 다수 지역에 배정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주의회는 선거구 재조정이 공청회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흑인과 라티노 인구는 현행 선거구는 백인 주민을 위한 개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며, 새로운 의석은 아태계 이민자(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s , AAPI) 등 소수민족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 배정되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2020년 센서스에 따르면 텍사스주 신규 주민 4명 가운데 1명은 아시안이었다. 이 주의 아시안 인구는 10년전 95만명에서 올해 160만명으로 증가했다.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에 따르면 지난 대선 에서 텍사스 유권자의 약 3%가 아시아계였다.
선거구 재조정의 핵심에는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Harris County)가 있다. 10년전 인구조사(Census)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6586명이 거주하는 해리스 카운티 휴스턴(Huston)이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한인인구가 몇배는 많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부터 이곳에 거주한 필리핀계 이민자 얼린다 워커(Erlinda Walker) 씨는 “40년전만 하더라도 아시아계를 보기 힘들었지만, 이제 아시아계 인구가 4배가 늘어났다. 하지만 아시아계 선출직 공직자는 아직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사이자 해리스 카운티 선관위(Harris County Elections Office) 선임자문관을 역임한 벤추 변호사는 “한인타운과 차이나 타운 등 아시아계가 거주하는 지역이 갈라져 백인 다수 지역구에 편입됐다”며 “투표권을 가진 아시아계는 10년전 11%에서 올해 9%로 오히려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개리맨더링에 반대하는 텍사스 주민’(Texans Against Gerrymandering)의 리디아 오즈나 회장은 “아시안들이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는 것이 흑인, 라틴계, 아메리카 원주민 및 기타 소외된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방법”이라며 “투표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 코리아 타운, 차이나 타운의 사례는 조지아주 귀넷과 풀턴 카운티 등 한인, 아시아계 거주지의 사례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지금 선거철을 맞아 수많은 정치인들이 한인사회를 위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당선 후에 그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들은 많지 않다. 개리맨더링을 통해 자리를 유지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에게는 투표를 통해 한인 등 아시아계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