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각종 총기사고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소위 ‘유령 총'(ghost guns)으로 불리는 사제 총기를 불법화 하는 주들이 늘고 있다.
19일 주요 언론에 따르면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7·민주)는 전날 시카고 남부의 대형 성당에서 사제 총기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유령 총 금지 법안’에 서명했다.
‘유령 총’은 개인이 온라인에서 구매한 부품을 조립하거나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총기류를 일컫는다.
총기에 일련번호가 없고 신원조회를 거치지 않아 유통 경로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범죄에 사용되기 쉽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위험한 무기에 접근해서는 안 될 이들이 가정집 지하에서 일련번호 없는 총기를 만들어 극악무도한 범죄에 사용하고 있다”며 “주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규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상식적인 총기규제 법망을 피하기 위해 유령 총을 만들어 팔고 산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제재가 없어 청소년들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서명 즉시 발효된 이 법에 따라 앞으로 일리노이주에서는 일련번호 없는 총기류의 소지 및 거래가 금지된다.
시카고를 지역구로 하는 두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은 지난달 주 상원(31대19)과 하원(66대36)을 차례로 통과했다.
법안 지지자들은 새 법이 시카고 총기폭력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올해들어 지금까지 1천80건의 총기사고가 발생해 206명이 숨지고 874명이 부상했다.
일리노이 주경찰은 범죄 현장에서 수거한 총기류 가운데 일련번호가 없는 것은 2020년 63점에서 2021년 180점으로 3배 가량 늘었고 올해 들어 지금까지 5개월이 채 안 된 시점에 벌써 164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968년 제정된 연방총기규제법에 따라 미국에서 판매를 위해 제조된 총기에는 고유의 식별번호가 붙는다.
그러나 개인적 용도로 쓰기 위해 부품을 조립하거나 3D 프린트를 이용해 만든 총기는 일련번호나 라이선스가 필요없다고 일리노이 의회전문지 ‘스테이트 저널-레지스터’는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 일리노이주에서 일련번호 없는 총기 또는 유령 총을 소지했다가 적발되면 초범은 A급 경범죄, 재범은 3급 중범죄 처벌을 받는다. 이러한 총기류를 거래하다 적발되면 초범은 4급 중범죄, 재범 2급 중범죄 처벌을 받게 된다.
일련번호 없는 총기류를 소유하고 있다면 오는 11월14일 이전에 정부 허가를 받은 총포상이나 제조업체에 연락해 일련번호를 받아야 한다.
한편 NBC방송은 일리노이주가 사제 총기를 불법화 한 중서부 첫번째 주라고 전했다. 전국적으로는 뉴욕·캘리포니아·하와이 등 11개 주와 워싱턴DC가 앞서 사제 총기 금지법을 제정했다.
연방 차원에서도 지난 4월 법무부가 사제 총기류에 대한 규제 강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사제 총기 제작 키트 및 부품을 연방 법률이 정한 무기류에 포함시켜 일련번호를 요구하고 거래도 구매자 신원 확인 후 이뤄지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