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주 한인 학부모들이 한국 특권층 자녀의 입시용 스펙 쌓기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일부 특권층 자녀들의 ‘허위 스펙’ 때문에 미주 한인 학생들이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폭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에서 수십 년 진학 상담을 해온 사람으로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필자가 학생 지도를 시작한 1980년대 중후반에는 한국의 고등학생이 직접 미국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서 바로 미국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크게 증가했으며, 초중학교 때 조기유학으로 미국에 와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들 대부분은 저마다의 능력과 형편에 맞는, 정상적이며 창의적인 방법으로 미국 대학 진학에 성공하고 있음을 필자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미주 한인 엄마들이 화가 난 이유는 일부 한국 부모의 빗나간 교육열 때문에 자기 자녀들이 갈 수도 있는 명문대학의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분노 때문일 것이다. 또 이렇게 한국 학생들의 편법 불법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미주 한인 학생들에게도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다는 걱정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그러지 않아도 제한된 한인(또는 아시안) 학생들의 명문대학 진학 쿼터를 이전에는 거의 100% 미국내 한인학생(또는 아시안계)이 독식했지만, 지금은 그 상당 부분을 한국발 학생들이 잠식해가고 있다. 그에 따라 미국 내 우수 한인학생들의 명문대학 진학도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국 명문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가장 이성적이며 판단력도 뛰어난 프로페셔널이다. 학업 능력이나 도덕적인 면에서 훌륭한 학생을 뽑아온 그들의 노하우를 함부로 폄하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한국 학생들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도 미국 대학 문을 뚫어온 것이 계속 드러난다면 결국 미국 명문대학의 사정 방법에도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에도 ‘부모찬스’는 존재한다. 허위 스펙쌓기, 스펙 부풀리기도 없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학 사정담당관들은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의 도덕적 양심으로 허용될 수 없을 정도의 부정과 편법은 대부분 걸러지고 있다는 것이 오랜 입시 지도 경험에서 확인한 바다.
필자는 미국 대학입시에서 범법이 노출되는 경우에는 용서없이 처벌되는 것을 수없이 봐 왔다. 학생들이 숙제 중에 저지른 사소한 표절(plagiarism)도 해당 F 학점을 주거나, 정학 또는 퇴학 조치하는 것이 예사다. 이런 기록이 생활기록부에 그대로 남아 대학 지원 시 큰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수없이 보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럴 경우 눈감아 주거나 학생의 창창한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기록에서 삭제해 주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만연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생들이 자기의 열정과 능력 그리고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얻게 도와주는 것이 어른으로서 할 일이지, 불법과 편법을 통해 부당이득을 얻고 사회로 가는 첫발을 부정한 길로 내딛게 하는 것은 학생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어른이, 특히 부모가 할 일은 더욱 아니다.
바늘 도둑을 소 도둑으로 그리고 더 큰 범죄자로 키우기 전에 최소한 바늘 도둑에서 멈추게 해 주어야, 그 학생도 추후 사회에 기여할 인재로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일부 특권층의 비뚤어진 교육열이 미국에서 한창 웅비하고 있는 K-신드롬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