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노라면 피할 수 없는 어려움과 고난이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대처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진실은 속여지거나 몰라서 왜곡되기도 하고, 진실의 왜곡이 반복되어 정신질환이 된다고 스콧-팩 정신과 의사는 말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성경의 말씀처럼, 진실이 받아들여지는 수용의 단계가 치유와 성숙의 과정이라고 한다. 데이비드 호킨스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단계는 사랑의 단계, 기쁨의 단계, 해탈의 단계로 이어지는 건널목이며 성숙하려면 거쳐가야 하는 필연의 단계라고 한다. 그런 수용의단계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
죽어가는 환자들을 많이 돌보고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한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정신과의사는, 말기암에 걸렸다 거나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받는 사람들의 반응이 (1)부정, (2)분노, (3)흥정, (4)우울, (5)수용의 다섯단계를 거친다고 발표했고, 그 다섯단계는 상식이 될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미국에 와서 성공적인 사업을 이루고 한국에 다니러 갔다가 속이 불편해서 병원에 갔더니, 췌장암 말기로 6개월정도 살겠다는 진단을 받은 분을 이웃에서 보았다. 진단이 잘못되었을 거라며 제일 큰 병원에 가서 다시 진단을 받았어도 결과가 같았다. 미국에 돌아와 유명한 대학 병원에 가서 다시 진단을 받아도 결과는 같았다. 그분이 부정, 분노, 흥정, 우울, 그리고 수용의 단계를 거치는 모습을 보았다.
그가 모든 것을 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단계에 왔을 때,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창밖에서 겨울 찬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지를 보고, 사는 것이 즐거워 춤을 춘다고 표현했다. 아직 다 떨어지지 않은 나무 잎사귀들과 잔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 감사해 춤을 춘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의 인생을 돌아보며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고, 죽음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과정을 극적으로 알려준 사람들 중에 이지선씨가 있다. 그녀는 책도 쓰고 많은 영상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끔찍한 사고를 통해 수용의 단계에 도달해서 감사하다고 널리 알렸다.
23살의 아름다운 이화여대 3학년이었던 그녀는 오빠의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 신호등에서 기다릴 때, 경찰에 쫓기는 음주운전자의 차가 그녀가 탄 차와 다른 차들을 받아 불이 났고, 부상당한 오빠가 그녀를 차에서 끄집어 내고 불길에 쌓인 그녀에게 저고리를 덮어 불을 끄는 사이에 그들이 타고 있던 차는 불길 속에서 폭탄처럼 펑 터졌다.
피부의 55%가 타고 3도 화상을 입어 응급실에 실려온 그녀를 바라본 의사는 살 가망이 없다고 했다. 얼굴이 타고 팔이 타고 손가락들이 타서 떨어져 나갈 정도. 며칠 만에 의식을 찾은 그녀는 응급실 옆 환자가 죽고 가족들의 말 소리를 들으며, 죽은 분도 자기가 선택해서 죽는 것이 아니듯이 자신에게 일어난 사고도 자신의 선택이 아니고 죽음도 그러리라는 생각을 했다.
창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 화상으로 변한 얼굴을 보고, 더 살고 싶지 않았다. 엄마의 정성, 밥을 꼬박꼬박 먹이며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타버린 얼굴과 잘린 손가락들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엄마의 사랑, 그녀는 그 사랑 앞에 엄마를 위해서도 살아야 갰다는 생각이 든다.
40여번의 수술을 받았다. 변해버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미국 유학 와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교수가 되었다. 화상과 수술로 쭈그러든 얼굴과 손가락 마디가 잘린 손으로 그녀는 말한다. 변한 이 모습 이대로 받아주고 사랑한 가족이 있었기에 나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전에 몰랐던 보이지 않던 소중함의 깨달음이 있으니까요. 나는 지금 이대로 감사해요.
죽음의 선고를 받거나 이지선 씨처럼 끔찍한 사고를 당하면 사실을 거부하다 가도 받아들이게 된다. 죽음의 선고를 받지도 않고 끔찍한 사고를 당하지 않은 상태로 수용의 단계를 넘어 무조건 사랑하는 단계와 조건 없이 항상 기쁜 경지로 성숙한 분들도 있다. 끔찍한 일이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나는 이대로 수용의 단계에 접근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