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간 아프리카에서만 주로 발견됐던 인수공통감염병인 ‘원숭이두창(monkeypox)’이 최근 북미와 유럽을 넘어 중동에서까지 발견돼 방역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원숭이두창이 확인된 국가는 총 14개국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3일부터 21일 13시까지 원숭이두창 감염이 확인됐거나 의심되는 사례는 120건으로 관련 국가는 총 12개국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유럽에선 영국을 첫 발견된 이후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에서 감염자가 확인됐다.
북미에선 캐나다와 미국, 오세아니아 지역에선 호주에서 감염자가 나왔다. 여기에 더해 스위스와 이스라엘 보건당국이 21일 추가 확진 사례를 발표하면서 원숭이두창이 퍼진 나라는 14개국으로 늘었다.
원숭이두창, 감염되면 전신에 수포성 발진
원숭이두창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다만 WHO는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을 85% 정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영국과 스페인, 호주 등에서 천연두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두창은 신종감염병은 아니다. 1958년 덴마크의 한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처음 확인됐다. 이 원숭이가 천연두(두창)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후 원숭이두창은 동물감염병으로만 알려졌으나 1970년으로 콩고의 한 어린이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는 서부 및 중앙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 이 병에 걸린 설치류나 영장류 등과 접촉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사람 간에는 병변이나 체액, 호흡기 비말 및 침구와 같은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지만 그간 아프리카 외에서 감염이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었다.
증상은 천연두와 비슷하게 발열과 오한, 두통, 림프절 부종과 함께 전신에 수포(물집)성 발진이 생긴다. 특히 손에는 수포성 발진과 함께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잠복기는 보통 6~13일로 증상이 발현되면 2~4주간 지속된다.
WHO에 따르면 감염자 대부분은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자연 회복되지만 치명률은 3~6% 정도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1%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높은 수준이지만 전파력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아프리카 지역 외 확산 이례적”
최근 발견된 확진자들은 대부분 아프리카 여행 이력이 없는 젊은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미 위트워스 영국 런던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 밖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전례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영국 보건 전문가들은 영국과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 확인된 감염자들 대다수가 동성과 성관계를 한 사람들인 것으로 확인되자 이 질병이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지 여부를 연구하고 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인 남성들은 자신의 몸에 특이한 발진이나 병변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성보건서비스에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예왈레 토모리 전 나이지리아 과학아카데미 원장은 “나이지리아에서 성관계를 통한 전파 사례 보지 못했다”면서도 에볼라도 처음엔 성관계로 전파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원숭이두창도 그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탈리아의 알레시오 다마토 라치오주 보건국장은 이 질병을 성병으로 보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이 감염자가 100명 이상 발생하자 WHO도 긴급회의를 소집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WHO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병했던 원숭이두창이 어떤 경로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우림(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