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의 ‘포트 브래그’는 ‘포트 리버티’로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군 군인 이름을 따 명명된 육군 기지를 흑인과 여성을 포함한 새로운 인물의 이름으로 바꿀 것을 미군기지 개명위원회가 24일 권고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독립된 지위를 갖는 개명위는 이날 9개 미 육군 기지 가운데 미 특수전사령부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의 ‘포트 브래그’는 ‘포트 리버티’로 바꾸고, 다른 8개 기지명도 새 이름에서 따올 것을 미 의회에 권고했다.
미국 정부는 2020년 5월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 밑에 목이 깔린 채 숨진 뒤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철폐 시위가 계속되자 이를 무마하는 차원의 일환으로 이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개명위가 권고한 새 기지명의 주인공 가운데 유명인사로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대통령이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있다.
‘포트 아이젠하워’로 이름이 바뀔 곳은 조지아주에 있는 ‘포트 고든’이다.
또 조지아 컬럼버스에 있는 포트 베닝(Fort Benning)도 포트 무어(Fort Moore)로 바뀐다. 무어는 베트남전 전쟁 영웅이었던 무어 중장 이름에서 따왔다
루이지애나주의 ‘포트 폴크’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영예의 흑인 메달’을 받은 윌리엄 헨리 존슨 병장의 이름을 따 ‘포트 존슨’으로, 버지니아주의 ‘포트 A.P. 힐’은 남북전쟁 당시 병사들을 치료한 공로로 ‘영예의 메달’을 받은 메리 에드워드 워커 박사의 이름을 따 ‘포트 워커’로 바뀐다.
육군 당국은 여러 해 동안 남부군 장교들의 이름을 딴 기지명을 옹호했다. 2015년에도 육군은 이들 기지명이 반란군의 영예를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남부와의 화합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인종 차별 철폐 시위가 번지자 의회는 육군 기지나 도로, 건물, 기념관, 표지 등 남부군 지도자들의 이름이 들어간 각종 시설의 이름을 바꾸기 위한 광범위한 구상을 밀어붙였다.
특히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플로이드 사건 발생 한 달 뒤 의회 증언에 나서 현재의 기지명은 남부군 장교들이 흑인의 노예화를 지지하는 체제를 위해 싸웠다는 사실을 흑인 병사들에게 떠오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미군 당국의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고, 미국 첫 흑인 국방장관인 로이드 오스틴 장관도 자신의 장관 지명 인준을 위한 상원 청문회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인종차별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자신이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82 강습사단 소령으로 근무할 때,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자칭 스킨헤드족인 3명의 백인 병사들이 거리를 지나는 흑인 커플을 살해했다 체포된 일이 있다고 밝혔다.
역시 미국 첫 흑인 공군참모총장인 찰스 브라운 장군도 지난해 6월 영상을 제작해 자신이 젊은 시절 조종사로 근무할 당시 겪은 어려움을 감동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자신의 백인 상관들이 가진 “흑인들에 대한 기대와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입증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개명위는 지난해 3월 첫 모임을 가진 뒤 9월부터 총 3만4천여 개의 기지명 추천을 받아 우선 이를 100개로 간추린 뒤 다시 9개를 엄선해 의회에 제출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