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자전거 디스크골프 등
다양한 레저 공간으로 유명
18세기 통나무 ‘요새’도 명물
# 지난 2년여 동안 주립공원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멀리 여행 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까운 주변 명소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주립공원의 재발견이다.
조지아에도 주립공원이 48개나 있다. 주 정부 관할 역사지구(Historic Site)도 16개나 된다. 모두가 한 번쯤 가볼 만한 곳들이다. 조지아 이주 후 1년 반 살면서 내가 가 본 곳은 10개 남짓이다. 포트야고 주립공원도 그중의 하나다.
포트야고주립공원 입구.
포트 야고 주립공원은 와인더(Winder)라는 작은 도시 인근에 있다. 와인더는 귀넷카운티에 인접한 배로카운티(Barrow County)의 행정 수도다. 한인들 많이 사는 둘루스나 스와니에서 비교적 가깝다. 둘루스 H마트에서 공원 방문자센터까지는 26마일, 동쪽으로 차로 40분 정도 거리다.
포트 야고는 18세기 말 조지아 북쪽에 정착한 백인들이 크리크족, 체로키족 같은 원주민 부족의 공격에 대비해 만든 여러 요새 중의 하나였다. 현재 공원의 랜드마크가 된 벽돌 통나무집이 그 중심이다. 1793년에 지어진(어떤 자료에는 1792년으로도 나온다) 이 집은 올드 포트 야고(Old Fort Yargo)로 불린다.
올드 포트야고 통나무 벽돌집. 1793년에 지어졌다.
포트(Fort, 요새)라고 해서 대단한 군사 시설을 떠올리면 안 된다. 그저 바람이나 막고 야생 동물 침입이나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집 하나다. 향토사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포트 야고는 18~19세기 개척민들 간의 교역 중심지였다. 영국과의 독립전쟁 이후 애팔래치안 산맥 너머로 영역을 넓혀가던 백인들의 전진기지 혹은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던 장소였다는 말이다.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 이곳을 개척한 사람은 조지 워싱턴 험프리라는 사람과 그 형제들이었다. 1810년에는 경매로 나온 포트 야고 일대 121에이커의 땅을 독립전쟁 참전 군인이었던 존 힐이라는 사람이 167달러에 매입해 한동안 살았다고 한다. 포트 야고 공원 안에는 그의 가족묘지가 남아 있다.
20세기 들어와서는 여성단체 ‘미국 혁명의 딸들(Daughters of the American Revolution)’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포트 야고 복원 및 보존에 힘을 쏟았다.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보아 1954년 포트 야고 일대가 조지아 주립공원이 됐다. 지금 전체 공원은 1816에이커(7.35㎢)에 이르고 그중 호수 면적이 260에이커를 차지한다.
포트야고 보트 선착장.
# 여느 주립공원이 다 그렇듯 포트야고 역시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다. 호수가 있으니 낚시나 뱃놀이는 기본이다. 호숫가엔 넓은 모래사장이 있어 수영도 즐길 수 있다. 호수 주변으로 대형 셸터와 그늘막이 있어 야외 결혼식이나 모임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한인교회나 동창회 등의 야외 행사도 자주 치러진다. 캠핑장은 물론 RV나 트레일러를 댈 수 있는 사이트도 많다.
공원 안내문에는 글램핑을 즐길 수 있도록 데크와 가구, 전기 시설, 야외 그릴 등을 갖춘 유르트(yurt, 천막 텐트)가 6개 있다고 소개돼 있다.
글램핑이란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의 합성어인데, 캠핑 장비나 시설이 이미 갖춰진 곳에서 하는 캠핑을 말한다. 요즘 한국에서도 글램핑이 뜨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 일반 캠핑은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 많고, 가서도 텐트 치기 등 고생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그게 귀찮은 사람들을 겨냥해 좀 더 편하게, 우아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글램핑이다. 자연으로 돌아가고는 싶고, 고생하는 것은 싫고, 사람의 심리가 묘하다.
물 있는 곳에 낚시꾼 있다. 포트야고도 마찬가지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넓은 백사장. 비치 주변에 피크닉 테이블도 있다.
포트야고 숲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디스크 골프장도 눈길을 끈다. 원반 골프라고도 불리는 디스크 골프는 이름 그대로 골프공 대신 원반(디스크)을 가지고 하는 골프다. 골프채 대신 직접 손으로, 홀에 공을 넣는 대신 바구니 형태의 디스크 골프 캐처(Disc Golf Catcher)에 원반을 넣는 것이 차이다. 거창한 시설 공사도 필요 없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지형지물에 티패드(tee pad:홀 시작점)와 디스크 골프 캐처만 설치하면 된다.
포트야고 디스크 골프장의 원반 캐처.
조지아서 만난 한인 목사님 중에 디스크 골프를 열심히 즐긴다는 분이 있었다. 골프와 달리 돈 안 들고, 예약 스트레스 안 받고, 운동 되고, 장로님들과 함께 가면 대화도 잘 된다는게 이유였다. 이번에 포트 야고를 걷다가 어떤 백인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왁자하게 디스크 골프에 열중하는 것을 직접 보았는데, 목사님의 말씀이 맞구나 싶었다.
#. 포트야고의 가장 큰 매력은 그래도 하이킹이다. 호수 따라 이어지는 트레일이 환상적이다. 하이킹은 보통 방문자센터를 먼저 둘러보고 조금 걸어 올드 포트야고 통나무 벽돌집을 구경한 뒤 시작한다.
호수를 이어주는 다리.
올드 포트야고 통나무 집 옆에서 시작되는 워킹 트레일 입구.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통나무집 부근에서 시작하는 워킹 트레일(Walking Trail)이고, 이어지는 레크리에이셔널 트레일(Recreational Trail:7마일)을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길도 많이 걷는다. 쉴 새 없이 지즐대는 새소리를 음악 삼아 걷는 맛은 어떤 즐거움보다 크다.
가끔은 트레일을 가로막고 있는 거북을 만나기도 한다. 거북도 물에 사는 녀석, 산에 사는 녀석 등 종류가 많아 일일이 분간은 못 하겠지만 아무튼 반갑고 신기하다. 중간중간 낚시꾼을 만나면 얼마나 고기를 잡았는지 물어보고 바구니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운이 좋으면 걷는 도중 이런 산거북도 볼 수 있다.
자전거를 좋아한다면 조금 더 깊은 숲에 있는 마운틴바이크 트레일(Mountain Bike Trail)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전체 길이가 12.5마일에 이르는데 꼬불꼬불 커브가 많아 난이도가 높은 코스로 꼽힌다. 자전거 전용 트레일이 따로 있지만, 간간이 하이킹 트레일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동호인들이 몇 대씩 한꺼번에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는 조심해야 한다.
포트야고 마운틴바이크 트레일은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에겐 최고의 코스다.
나도 한 몇 년 열심히 산악자전거를 탔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비탈길에서 고꾸라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후 중단했다. 지금도 신나게 페달을 밟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뛰고 다리가 근질거린다. 하지만 아내가 강력히(?) 말린다. “자전거는 그만하면 됐어요. 대신 열심히 걷고 있잖아요.”
훌륭하신 인생 선배들도 충고한다. “가화만사성, 여자 말을 잘 들어야 집안이 편한 법이거늘….” 나는 선배님들 말씀을 경청해 아내의 의견에 순종하고 있다.
걷기는 자전거를 중단한 이후 나에겐 중요한 주말 일상이 됐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도 있지만 별다른 약속 없으면 혼자서도 잘 걷는다. 심심하지 않으냐는 질문도 받지만 혼자 걷기의 좋은 점이 의외로 많다. 가장 큰 장점은 내 마음대로 시간, 속도, 장소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땀 좀 흘려야겠다 싶으면 이마에, 등에 송골송골 땀 맺힐 때까지 강도 높게 걸으면 된다. 주변 풍경 감상하며, 노래라도 나직이 흥얼거리며 미음완보(微吟緩步)할 때도 있다. 예쁜 꽃 만나면 쪼그려 앉아 꽃구경도 하고, 우람찬 나무 보이면 우두커니 그 곁에 한참 서 있어도 아무도 보채거나 재촉하지 않는다. 그렇게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 포트야고 주립공원 동영상
포트야고 주립공원 방문자 센터
좋아한다는 것은 시간을 나눠주는 것이다. 다른 것에 우선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나도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럼에도 걷느라 보내는 시간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그만큼 걷기를 좋아한다는 말일 것이다.
포트야고 트레일 지도.
▶ 메모 : 공원 입장료(주차료) 차 1대당 5달러. 50달러짜리 연간 입장권을 사면 조지아 주립공원 어디든 무제한 출입이 가능하다. 주소 210 South Broad Street, Winder GA 30680
글·사진=이종호 애틀랜타중앙일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