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옹호론자의 ‘성지’를 자처하는 텍사스주가 지역 내 총기 난사 사건으로 주민 희생이 반복되는데도 최근까지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ABC방송이 26일 보도했다.
갈수록 엄격하게 총기를 규제하는 세계 각국의 상황과 정반대 행보다.
텍사스 주의회는 보수 성향 공화당이 다수당이고, 공화당 소속 그레고리 애벗 주지사도 완고한 총기 옹호론자다.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초등학교에서 18세 고등학생의 총기난사로 최소 21명이 숨진 뒤에도 총기 규제론에 선을 긋고,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의 정신건강 문제만 거듭 부각했다.
애벗 주지사는 이번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유밸디의)보안관과 시장에게 ‘문제가 뭐냐’고 물었다. 이들의 답은 간단하고 단호했다. ‘정신 건강 관련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ABC방송은 총기 사고 발생의 원인을 ‘정신 건강 문제’에서 찾는 것은 공화당원의 단골 레퍼토리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텍사스주에서 참사가 반복되는데도 애벗 주지사가 “텍사스를 수정헌법 제2조의 성지로 만들겠다”며 주 총기 규제 완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수정헌법 2조는 무기 휴대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애벗 주지사는 2021년 9월부터 ‘법을 준수하는’ 텍사스 시민은 면허를 발급받거나 훈련을 받지 않고도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총기 옹호론자들이 ‘헌법적 휴대’라고 지칭하는 법이다.
애벗 주지사는 지난해 또한 텍사스의 또 총기 휴대 제한 연령을 기존 21세에서 18세로 낮추기도 했다.
텍사스에서는 2017년 11월 교회 총기난사로 25명이 숨지고, 2019년 8월 월마트에서도 23명이 총탄에 비명횡사했으나, 총기 규제는 오히려 갈수록 완화된 셈이다.
세계 각국의 총기 규제 흐름은 텍사스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참사 발생에 화들짝 놀라 총기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나선 국가들이 적지 않다.
캐나다에서는 1989년 공대 여학생 14명이 숨진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살 이후 총기 보유자에 대한 안전교육과 신원조회를 의무화하고, 총기 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또 2020년 총격범 한 명이 13명을 사살하자 공격형 총기 1천500종을 아예 금지시키고, 총탄의 위력도 제한했다.
호주에서는 1996년 관광객 35명이 총기난사로 희생당하자 반자동 소총과 샷건을 금지했고 안전교육을 의무화했다.
영국도 어린이와 교사 16명이 숨진 ‘던블레인 총기난사’ 이후 단 2년 만에 민간인의 총기 보유를 사실상 금지시켰다.
뉴질랜드도 2019년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뒤 총기 판매를 중단시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