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에 팁, 음식 팁까지 예상보다 거의 두배
20% 내외 팁 문화도 당황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한국과 너무 달라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그중에서 가장 다르고 불편했던 것이 배달문화다.
한국에서는 배달하는 분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배달비가 저렴하다. 음식값에 일이천원, 많아야 3천원만 더하면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다. 장소 불문, 시간도 불문이다. 야심한 시간에, 혹은 새벽에도 배달이 가능하다. 해수욕장에서는 물론이고, 산꼭대기에도 배달이 가능하다는 우스개까지 있을 정도다. 그래서 한국을 ‘배달의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지금은 이 이름을 딴 배달 업체까지 있다.
미국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배달 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배달 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도어대시, 우버잇츠 같은 업체는 전국 규모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배달업체도 많고 LA같은 한인 밀집 도시에서는 한인 업체도 성업 중이라 들었다.
조지아 한인 식당도 배달 주문이 가능한 식당들이 늘고 있다. 배달을 외면하고서는 영업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배달 가격이 만만치 않아, 투고 주문을 해서 직접 픽업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배달비에 배달 팁, 식당 음식 팁까지 붙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 주말이 그냥 지나가는 게 아쉬워 미국서 알게 된 친구들과 둘루스 시청 근처 공원에 갔다. 놀다보니 저녁 시간이 되어 한국처럼 배달을 시켜볼까 해서 어플로배달을 주문했다. 스마트폰에 우버잇츠나 도어대시 등 배달 어플을 깔아 주문하면 간단한 조작으로 결제까지 완료된다.
마침 이름이 익숙한 한국 치킨집이 있어 치킨 한 마리에 떡볶이, 피자를 시켰다. 배고픔에 허덕이며 40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배달원의 공원 근처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직접 음식을 받으러 갔다. 한국에선 배달원이 내가 있는 장소까지 음식을 가져다 주는 것이 당연한데 이것도 다른 점이었다.
음식을 받아 들고는 더 ‘깜놀’이었다. 양도 적은 데다 배달비와 팁까지 200달러가 훌쩍 넘어 ‘깜짝 놀랐다’는 말이다. 아무리 비싸도 120~130불(?) 정도 나오겠지 했는데 곱절 가까이라니. 한국에선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한국의 싸고 편리한 배달 문화가 더욱 그리워졌다.
한국의 배달문화를 벤치마킹 했는지는모르겠지만 미국에서도 배달을 사업화 하려는 시도가 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기업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미국에서 배달 사업은 별로 수익이 남지 않아 아직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 같다. 무엇보다 비싼 인건비 때문일 것이다.
좁은 땅에 수십 층 짜리 아파트에 살며, 10분 거리내로 도착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배달 거리도 멀고, 사고 발생 시 배상 등의 복잡한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자리를 잡고 있는 우버잇츠나 도어대시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해진다.
결국 미국도 배달 문화가 계속 활발해 질 것이다. 온라인 주문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팬데믹과 함께 시작된 음식배달의 편리함에 사람들이 점점 길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배달 앱을 통한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통계가 그 증거다.
하지만 미국 생활 초보자인 나는 아직도 20% 내외의 팁 문화가 어색하고 당황스럽다. 한국에 없는 문화이다 보니 식당을 가도 괜히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손을 벌벌 떨며 팁을 주곤 한다. 그런 나에게 배달 음식 가격은 너무 버겁다. 최대한 배달 주문을 자제해 건강도 찾고 금전도 아끼는 일석이조의 생활을 실천해야겠다.
김태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