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유기화학 성적이 안 좋으면 의대에 못 가나요.
A: 한 학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빗발치는 질문 한 가지가 있다. 성적이 안 좋은데 어떻게 하냐는 질문인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 좋다는 성적 중에 90%는 유기화학 성적이 안 좋다는 것이고 안 좋은 유기화학 성적으로도 의대에 갈 수 있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책인지 알아보자.
유기화학, 즉 Organic Chemistry라는 과목을 학생들은 줄여서 Orgo 아니면 Ochem이라고 부르는데 동부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라면 Orgo 라고 부를 것이고 서부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라면 Ochem 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부터 인지하고 자녀와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막상 의사가 되고 나면 이 과목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절감하며 일한다는 의사가 많지는 않지만 의대 입시에서는 눈에 가장 잘 띄는 과목이다. 눈에 잘 띈다는 의미는 이 과목의 성적이 안 좋은 의대 지원자가 많다 보니 의대 지원서에 적힌 성적 중에 가장 안 좋은 학점이 바로 유기화학 성적일 확률이 가장 높다는 말이다.
그나마 유기화학 성적이 안 좋은데도 의대에 지원서를 내는 학생은 용기가 가상한 학생이고 훨씬 더 많은 학생이 이런 경우에 의대 진학을 포기하므로 프리메드 학생이 많은 대학에서는 유기화학이 프리메드 학생의 수를 조절하는 매개체라고 인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유기화학 수강이 마무리되는 2학년 말에는 프리메드 학생이 1/10로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니 유기화학의 역할을 절감할 수 있는 지표이다. 그래서 감사한 과목이다. 누가 진심으로 의학에 기여하고자 하는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과목이기 때문에 유기화학에 감사하는 것이다.
고작 한 학기 성적이 안 좋다고 인생 목표를 바꾸는 학생이라면 어차피 의대에 진학해도 힘들다고 중도에 탈락할 학생이라고 감히 말한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만 감내할 수 있는 만큼의 공부를 의대에 가서 해야 하는데 그 예고편 역할이 유기화학의 또 다른 역할이자 기능이다. 그러므로 유기화학 성적이 안 좋다고 의대 진학을 포기하겠다는 자녀가 있다면 절대로 말리지 말고 다른 길을 걷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의대에 가고 싶은데 유기화학 성적이 안 좋아서 어떻게 하냐고 상심하고 절망하는 자녀라면 재수강을 해서 그 과목을 정복하면 의대에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용기를 주자. 단, 재도전해서 그 과목을 충분히 습득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조언이며 객관적으로 재수강 성적이 B+ 이면 가능성이 조금 있고 A가 나오면 가능성이 충분하니 참고하자.
재수강은 어떻게 하는지는 대학마다 정책이 다르므로 자녀에게 확인시켜야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C 학점이나 그보다 안 좋은 학점을 받으면 재수강을 허용하는 대학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의대 입시에서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재수강을 해야 하는데 그건 바로 재수강을 해서 A 학점을 받더라도 원래 성적도 같이 보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학에 따라 재수강을 하더라도 원래 성적을 함께 적어서 원래의 수강 성적과 재수강 성적을 명확히 알게 하는 대학도 있고 원래 수강 성적은 없애주고 재수강 성적만 적어줄 뿐 아니라 전체 학점을 계산할 때도 재수강 학점만 활용하므로 원래 나쁜 성적을 받았던 흔적이 거의 없도록 도와주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 과목이 Repeated 되었다고 알리는 “R” 표시는 따라다니니 이 점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의대는 재수강을 한 과목이 있을 경우에 원래 수강한 성적도 보고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므로 설혹 재수강 성적이 A라고 할지라도 원래 성적도 합산한 전체 학점을 따로 계산하여 학생을 평가하기를 원한다.
만일 R 표시가 된 과목이 성적표에 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의대에 재수강한 성적만 보고한다면 부정행위로 간주하여 일차 지원서가 처리되지 않고 반송된다. 이런 경우에 처하면 수강 기록을 수정하여 다시 일차 지원서를 제출하여야 하니 원래보다 최소 몇 달은 늦게 지원한 경우가 되어 버리니 낭패를 볼 수 있다.
재수강하며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성적을 받았고 그 사실을 제대로 보고만 한다면 재수강을 했다고 의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시험 시간에 부정행위를 하다 걸려서 정학을 받고 해당 학점이 F 처리가 되어도 재수강을 충실히 하고 제대로 반성한 마음가짐만 의대에 보여줘서 의대에 진학한 경우가 차고 넘치는데 고작 유기화학 한 과목 성적이 안 좋아서 재수강을 했다고 의대가 안 받아 주겠는가? 문제는 마음가짐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세상이 무너져도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목숨 걸고 할 만큼 절실하지 않다면 조금만 힘든 일이 생기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도 당연한 일이다. 유기화학뿐만이 아니라 어떤 과목이라도 마찬가지로 한 번 안 좋은 성적을 받더라도 재수강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면 된다.
의대·치대 진학 세미나에 게스트 스피커로 나와서 여러 학생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귀감이 되어줄 학생은 한 과목을 망친 정도가 아니라 재도전을 통해 인생설계 자체를 새롭게 하여 꿈을 이룬 경우이니 참고하자.
하지만 단점을 보완할 때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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