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175cm 이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00여 가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로키마운틴지역의료센터’ 연구진이 신장과 질병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유전학(PLOS Genetics)’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신장이 질병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그동안 의학자들의 논쟁거리였다. 둘 사이의 일정한 상관관계는 여러 번 파악됐지만, 성장과 발육을 좌우하는 영양 상태나 사회·경제적 지위 등이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이에 연구진은 신장 외 다양한 변수는 모두 통계적으로 통제한 뒤 신장과 건강 상태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의 표본은 미국 성인 28만명으로, 관련 연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 결과 키가 175cm 이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불규칙한 심장박동과 하지정맥류, 말초신경장애, 발 궤양, 피부 감염 등 질병 100여 가지를 경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키가 큰 사람의 혈액은 더욱 먼 거리를 순환하므로 혈액순환의 부담이 증대돼 이 같은 건강 악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키가 크면 비교적 무거운 몸무게를 지탱해야 하므로 큰 압력을 받는 하반신에서 여러 질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175cm 이상인 사람은 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을 겪을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혈액순환의 물리적 거리가 긴 점이 혈액 유량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혈압 관련 질병의 위험성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연관성의 구체적인 정도는 측정되지 않았으며 표본의 91%가 남성이었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향후 국제적인 연구를 통해 더욱 포괄적,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구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