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반대로 규제 강화 시도 막혀…”애도만 표하고 행동은 없어”
주말에도 총기 난사 13건으로 80여명 사상…올해 이미 246건
미국 대도시 시장들이 계속되는 총기 사건에도 정부와 의회가 규제를 강화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분노와 무력감을 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NYT는 3∼6일 네바다주 리노시에서 열린 제90차 미국시장협의회(USCM)에 참석한 시장 170여명 중 다수가 총기 규제 강화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인구 3만명 이상의 도시 시장들이 참여하는 이 협의회는 주요 현안에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정책 사례를 공유하고자 매년 열린다.
시장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촉구한 공격형 총기 금지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며 신원 조회 확대나 총기 구매 가능 연령 상향 등 상대적으로 점진적인 조치도 도입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소속인 그레그 피셔 루이빌(켄터키주) 시장은 “우리는 열받았다”며 “우리는 매일 도시가 안전하도록 힘들게 노력한다. 많은 경우 연방 또는 주 정부 단위에서 취할 조치가 있지만, 우리처럼 공화당이 장악한 주에서는 기대를 거의 접었다”고 말했다.
일부 시장은 정치권이 어떤 식으로든 규제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다수는 총격에 대한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을 그동안 너무 자주 봤다고 한탄했다.
경찰서장 출신인 제인 카스토르 템파(플로리다주) 시장은 “우리는 여전히 총기 난사 이후 그냥 기도만 하고 애도를 표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현재 미국 대도시 대부분의 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이들 다수는 오래전부터 광범위한 총기 규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민주당이 총기에만 과도하게 집중한다며 규제 대신 심리치료나 경찰 예산 확대, 학교 보안 강화에 돈을 쓰자고 주장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논점을 벗어난 주장이다.
사티아 로즈-콘웨이 매디슨(위스콘신주) 시장은 “우리는 같은 대화를 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사람들이 계속 불필요하게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느냐”와 ‘난 총이 필요해, 내 헌법 권리야’라는 주장이 상충한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참석한 시장 다수는 이미 자신들의 도시에서 총기 난사를 경험했다.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제프리 밈스 시장은 2019년 총격으로 9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자 공화당 소속 마이크 데와인 주지사가 위험인물에게서 총기를 압수하는 ‘위험 신호법'(red flag law)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의회의 공화당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올해 재선에 도전하는 데와인 주지사는 오히려 허가 없이도 총기를 보이지 않게 소지할 수 있게 하는 법에 서명했다.
콜로라도주 볼더 같은 일부 도시는 시 단위에서 총기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여러 주정부는 시정부에 그런 권한을 허용하지 않으며, 일부 규제는 법원에서 발목이 잡혔다.
헌법재판소는 공공장소에서 권총을 휴대하는데 필요한 허가를 신청할 때 ‘적절한 이유’를 제시하도록 한 뉴욕주 법이 헌법 2조가 보장한 무기 소유 권리를 침해했는지 심리하고 있다.
의회에서도 법원에서도 방법을 찾지 못한 시장들은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시는 남는 경찰 예산으로 심리치료 인력을 고용했으며 미주리주 캔자스시티는 총기 제조업자를 고소해 총기판매허가를 박탈했다.
이런 가운데 협의회가 진행된 주말에도 미국 전역에서 13건의 총기 난사로 10여명이 숨지고 70명이 넘게 다쳤다.
짐 케니 필라델피아시장은 4일 보좌관으로부터 시내에서 총격이 발생해 10여명이 다치고 3명이 숨졌다고 보고받았다.
그는 슬프고 두려운 시민들에게 할 말이 별로 없다면서 “기도와 애도는 소용이 없다. 더는 통하지 않는다. 총기 사건을 막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좌절한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는 미국에서 올해 6월 5일까지 246건의 총기 난사(총격범을 제외하고 최소 4명이 피격된 사건)를 집계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슷하지만 2020년 161건, 2019년 154건보다 크게 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