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 그친 쿠데타”…폭동 당시 충격 영상·트럼프측근 진술도 공개
이달에만 최대 8번 청문회, 9월까지 완료 목표…중간선거 영향 주목
“트럼프가 불을 붙였다”
미국 역사상 암흑의 날로 기록된 작년 1·6 연방 의사당 폭동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하원 조사위원회의 공개 청문회가 9일 시작됐다.
작년 7월 활동을 개시한 조사위는 이날 첫 공개 청문회를 열고 11개월간 진행한 각종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증인을 소환해 진상을 알리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1·6 폭동은 2020년 11월 대선 패배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진행하던 미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난입해 난동을 부린 사건을 말한다.
2021년 1월6일 대선 결과의 의회 승인에 반대하는 친 트럼프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으로 돌진하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동 직전 연설에서 “의사당으로 향하라”며 폭도를 선동한 책임론에 휩싸여 있지만, 아직도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폭동으로 당일에만 5명이 숨지는 불상사가 발생하는가 하면, 지금까지 조사위의 진상규명 활동과 별개로 700명이 넘는 폭도가 기소되는 등 사법 절차도 계속되고 있다.
조사위에 민주당 의원이 절대 다수인 것을 반영하듯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청문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조사위 위원장인 흑인 베니 톰슨 민주당 의원은 개회 연설에서 과거 미국의 노예제도, 흑인을 교살하던 린칭(lynching)을 언급한 뒤 “1·6 폭도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 어두운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 폭동은 “미수에 그친 쿠데타의 정점”이라고도 했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서 주목을 받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폭도를 소환해 결집시키고 이 공격의 불을 붙였다”고 비난한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 의원이었다.
체니 의원은 애덤 킨징어 의원과 함께 조사위에 합류한 2명뿐인 공화당 의원으로 조사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사위에 합류한 유일한 공화당 의원인 리즈 체니 의원과 애덤 켄징어 의원. 로이터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체니 의원은 트럼프의 ‘대선 부정’ 주장을 반박해 당내 서열 3위 자리인 의원총회 의장직에서 쫓겨났지만 뜻을 굽히지 않은 소신파로 통한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도의 해산을 요구하는 참모들의 간청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의사당 방어를 위해 주 방위군을 배치하라는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공화당 동료 의원들을 향해서는 “트럼프는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당신의 불명예는 영원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청문회에는 당일 현장에서 폭도를 막다 다친 의회 경찰인 캐롤라인 에드워즈가 증인으로 증언했다.
국회 의사당 경찰 캐롤라인 에드워즈(Caroline Edwards)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닉 퀘스트드(Nick Quested)가 증언 선서를 하고 있다. 로이터
그녀는 자신을 한국전쟁에 참전한 해병대의 손녀라고 소개하며 미국의 상징인 민주주의를 수호하려고 매일 노력했지만, 각종 비난을 들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외상성 뇌손상이 치료되면 다시 업무에 복귀하고 싶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이날 청문회는 유명 방송인의 사전 자문을 받았을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극적인 요소도 중간중간에 끼워 넣었다.
체니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에는 폭동 당시 폭도들이 의회에 난입해 경찰에 폭력을 가하고 의사당에서 욕설을 하는 장면 등이 담긴 충격적 영상이 생중계로 공개됐다.
하원 청문회에서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공격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로이터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통하던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이 대선 부정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고 국가에 매우 심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고 한 비공개 증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조차도 바 전 장관의 주장에 동조하는 증언 영상이 공개됐다.
트럼프 참모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던 와중에도 선거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한 발언도 공개됐다.
이번 청문회는 최대한 많은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황금시간대인 미 동부시간 오후 8시에 시작했다. 보수성향인 폭스뉴스를 제외한 대부분 주요 방송이 생중계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조사위는 그간 100명이 넘는 인사들을 소환하고 1천 명 이상의 증언을 들었다. 검토한 문건만 해도 14만 건이 넘었다고 한다.
조사위는 오는 13일과 15일에도 공개 청문회를 여는 등 이달에만 8번의 청문회를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 청문회는 11월 중간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9월로 예정하고 있다.
1·6 폭동이 중간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주길 바라는 민주당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청문회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폭동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운동”이라고 칭송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하고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비난하는 등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