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조지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에서 새롭게 정해진 선거구에 따라 예비선거가 치러졌다. 아주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1월 선거에서도 이 선거구대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새로운 선거구는 10년마다 치러지는 선거구 재조정(redistricting)에 따른 것이다. 선거구 재조정은 미국 헌법에 따라 10년마다 치러지는 인구조사 센서스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선거구가 동일한 숫자의 인구를 포함하도록 선거구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헌법이 선거구 재조정을 의무화했을 뿐,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주는 저마다 독자적인 선거구 재조정 과정을 거친다.
조지아를 포함한 대다수 주는 선거구 재조정에 대한 공청회를 몇차례 치른 후, 주의회에서 이를 확정하면 주지사가 서명해서 선거구가 결정된다.
그러나 공청회가 형식적으로 치러져서 한인 등 유색인종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거나, 특정 정당이 장악한 주의회, 또는 주지사가 자기 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왜곡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러한 사례를 ‘개리맨더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부 주에서는 특정 정당에 유리한 개리맨더링을 피하고, 초당적 차원에서 공정하게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기도 한다. 최근 선거구 재획정을 마친 펜실베이니아주(Pennsylvania)주가 그 좋은 예이다.
이 주는 선거구 재획정 기간 마다 주의회가 아닌, 주 대법원에서 의회 재임명위원회(Legislative Reapportionment Committee, LRC)를 임명해 선거구 재획정을 주도한다.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LRC는 공화, 민주 당당에서 각 2명씩 위원을 맡지만, 위원장은 민간인 전문가가 맡는다. 올해 LRC는 존경받는 교육자 출신의 마크 노르덴버그(Mark Nordenberg)가 위원장을 맡았다. 따라서 LRC는 타주와 달리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은 선거구 재획정을 위해 노력했다.
비영리단체 펜실베이니아의 목소리(Pennsylvania Voice)의 소장을 맡고 있는 살레와 오건미펀(Salewa Ogunmefun)은 “펜실베이니아주 인구의 23.5%는 아시안 등 유색인종이 차지하고 있으며, 선거구 재조정에는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며 “선거구 재조정 결과 유색인종 거주지역을 대표할 6명의 주하원의원 지역구를 추가했다”고 평가했다.
오건미펀 소장은 선거구 재조정에 있어 LRC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LRC가 처음 공청회를 열 때만 해도 초대된 전문가들은 모두 백인들이었고, 유색인종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LRC는 유색인종 전문가들의 숫자를 늘리고 공청회 시간도 늘려 선거구 지도 재조정에 반영했다.
이같은 LRC의 노력은 선거구 재조정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비영리단체 CASA의 마리에 델 카르멘 쿠티에레즈(Maria del Carmen Gutierrez)는 라티노 등 유색인종을 대상으로 선거구 재조정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치인들이 우리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이민자 사회라도 인구비율에 맞춰서 선거구가 재조저오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아주는 주의회 주도로 선거구 재조정이 끝났고, 한인타운에서는 새로운 선거구에 따라 현역 민주당 하원의원 두명이 같은 지역구에서 맞붙어 1명이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두 의원 모두 한인사회에 관심을 보였던 친한파라는 점에서, 1명의 탈락은 한인사회에 있어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2030년에 벌어질 선거구 재조정에는 한인들도 관심을 보여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선거구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