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기록 토대로 육안 확인…”DNA검사 쉽지 않아 신뢰성 확보 불투명”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의 유해 보존 문제가 논란이 되자 한국 가톨릭계가 성인의 유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소 수백개로 나눠져 분배된 김 신부 유해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12일 가톨릭계에 따르면 김대건 신부의 유해 보존을 총괄해온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유골 매매가 시도되고, 교회 기관은 물론 개인에게까지 유해가 분배됐던 일이 알려지며 파장이 커지자 교구 차원의 대책을 내놨다.
서울대교구가 공개한 김대건 신부의 유해 보존 실태 전수조사 내용을 보면 김 신부 유해는 서울대교구 소속 본당 85곳에 안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인 유해와 반드시 있어야 할 교구장 명의의 유해 증명서는 분실한 경우가 많았다. 한 본당은 전시 과정에서 유해를 도난당한 일이 확인되기도 했다.
분배된 유해는 성광(聖光) 등 유해함에 밀봉돼 보존된 경우가 많다.
교구 측은 증명서가 없더라도 분배 유해 부위·수령자(처)를 적은 기록, 성광(유해함)의 형태, 실제 사진 등을 종합 검토해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참고할 만한 기록을 토대로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준이어서 객관적 신뢰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 160명 이상에게 나눠진 개인분배의 경우 유해의 진위 확인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유골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때는 보통 디엔에이(DNA) 검사가 활용된다.
유골 조각에서 DNA를 추출한 뒤 비교 대상 유골에서 확보한 DNA와 대조해 동일인임을 확인하거나 부계, 모계로 추정되는 이들의 DNA와 대조해 신원 확인을 위한 주요 단서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유골에서 DNA를 추출하려면 검사대상 유골이 훼손되는 데다, 유골 크기가 작거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추출할 수 있는 DNA양이 적어 검사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유전자 감식업체 관계자는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골 DNA 검사가 최선으로 안다”면서도 “검사에 사용하는 유골은 훼손되며, 유골이 작을 경우 본래 ‘유골 보존’을 위한 검사라는 의미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개인에게 분배된 유해는 잘게 쪼개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DNA검사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보관된) 성광 형태를 보면 진위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굳이 조작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면서 “DNA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교구 측은 개인이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소유한 경우 오는 9월까지 교구에 신고하거나 봉헌해달라고 요청했다.
유해를 받아 간 이들의 신상 정보가 부족한데다, 분배 당시 교회 책임자들이 이미 선종한 경우가 많아 실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데 따른 조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