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하원 특위가 1·6 의사당 폭동 사태진상규명을 위해 13일 개최한 2차 청문회에 한인으로는 처음 연방 검사장을 지냈던 박병진 전 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주목을 끌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조지아주 북부 지검장으로 일한 그는 지난해 초 돌연 사임했다. 이후 그의 사임 배경과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부정선거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사퇴 압력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검사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당시 사퇴 외압의 배경이 됐던 부정선거 수사에 대해 질의응답을 통해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2020년 대선과 관련, 윌리엄 바 전 법무부 장관이 부정선거 주장에 대한 수사를 하라고 요청했느냐는 조 로프그렌(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의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2020년 12월 상원 소위 증언을 거론하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바 장관은 수일 내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었고 이 이슈가 제기될 것으로 봤다”면서 “그래서 내게 줄리아니의 주장을 입증하는데 우선 순위를 둘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상원 소위에서 애틀랜타시 스테이트 팜 아레나의 감시 카메라에 잡힌 ‘여행용 가방’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 투표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고 밝혔다. 이는 개표 현장에 불법 투표로 가득 찬 여행용 가방이 반입됐다는 취지의 의혹 제기로 이를 두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는 ‘여행용 가방 게이트’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박 전 검사장은 이 주장에 대해 “여행용 가방이라고 주장됐던 그것은 사실은 투표용지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공식적인 보관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영상을 보면 그날 개표 작업이 종료되는 것으로 생각해서 정리했다가 다시 개표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줄리아니 주장은 거짓이었다”고 밝혔다.
박 전 연방 검사장은 지난해 1월 돌연 사임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법무부에 압력을 가했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박 전 검사장의 사직 과정과 배경도 확인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지 않아 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사임을 강요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임했다는 것이다.
9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온 박 전 검사장은 검사와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1년부터 세 차례 조지아의 주 하원의원을 지냈다. 이어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연방 검사장에 올랐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모들로부터 선거사기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선거사기를 주장했으며,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청문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선거캠페인 매니저였던 빌 스테피언이 증언에 나서 대선 당시 ‘선거 사기’ 주장과 관련해 정황을 상세히 증언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으나 갑작스레 부인의 출산을 이유로 불출석하는 바람에 다소 맥빠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조사위는 스테피언의 직접 증언이 무산되자 앞서 조사과정에 촬영했던 영상을 상영하며 증언을 대신했고, 스테피언 이외 핵심 증인들의 증언 영상도 다수 재생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워온 선거사기 주장의 부당성과 위법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