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앞둔 석유업계, 유전·정유 투자 꺼려”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개솔린 가격을 잡으려 부심하고 있지만 단시일에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앞두고 유전·정유 시설에 대한 신규투자를 꺼리는 분위기 탓에 자국 내에 유전이 있으면서도 생산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석유기업과 다국적 석유회사 등에 증산을 촉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석유기업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이어진 지난 2년여간 직원 수를 대폭 줄이고 채산성이 떨어지는 유전과 정유시설을 차례로 폐쇄해 왔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얼어붙으면서 2020년 한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국제유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유행이 종식 조짐을 보이자 차츰 상승하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석유업계는 여전히 투자에 소극적이다. 당장은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급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석유업계 경영진이 많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에너지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크니텔은 “오늘의 높은 가격을 보면서도 그들은 유전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가격이 완전히 망할 수준으로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그들은 전기차 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10년 뒤면 유전이 더는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모든 것이 시추에 나설 의욕을 꺾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까닭에 최근 들어 미국 석유업체들은 유전을 새로 개발하거나 시설 투자로 생산량을 늘리는 대신 배당 등으로 수익을 분배해 왔다.
현존하는 유전을 최대한 가동해 생산량을 늘린다고 해도 이를 정제할 정유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미국 내 정유시설 상당수는 그런 수입산 원유의 성분비에 맞춰 지어졌다. 이를 국산 원유에 맞게 조정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국내 원유 생산이 늘어도 수입을 줄이기 어렵다고 NYT는 진단했다.
NYT는 “더 많은 공급선이 가동되거나 수요가 줄어들 때까지 (미국 내) 주유소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