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길목에 주유소가 있어 그 주유소를 이용했다. 주유하려고 차를 세우고 크레딧 카드를 넣어 결제하고 기름을 넣으려고 하니, 작동이 안된다. 또 고장 났구나. 건물 안 카운터에 가서 점원에게 주유가 안된다고 이야기하니, 거기 카운터에서 몇달라 치 기름을 넣을 건지 카드 결제를 받고 주유하라고 한다. 풀탱크하려면 얼마가 들지 모른다. 모든 것 취소하겠다고 하고 나오며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표정이 보였다. 화가 난 얼굴 표정이다. 하, 웃는 일굴 인상 만들려고 노력하는 데, 나도 모르게 불쾌한 얼굴 표정을 이럴 때 만드는 구나! 새로운 발견이었다.
전에도 몇 번 같은 일이 그 주유소에서 있었다. 펌프 고장을 고치지 않고, 주유하는 동안 창 유리 닦으라고 준비된 물통엔 물이 마르고, 걸레가 달린 손잡이는 너덜거리고, 쓰레기 통은 며칠 치우지 않아 쓰레기가 넘친다. 주유소 주인이 게으르다고 중얼거렸다. 작동 안되는 결제 때문에 귀찮아 하면서도 사무실로 가서 불쾌한 마음으로 대했다. 그럴 때마다, 불쾌한 인상을 나도 모르게 계속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주유소를 계속 찾아가는 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스콧-팩은 자기 자신의 결점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결점과 비슷한 결점을 가진 사람을 찾아다니며 비판하고 정죄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래야 본인은 정의롭고 올바른 사람, 게으르지 않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는 투사 현상이라고 한다. 수련의 한 방편으로 수용에 관한 글을 쓰면서도, 나도 주인이 게으른 주유소만 찾아 다니며 나도 모르게 내 얼굴 표정을 비판하는 표정으로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젊었을 땐”, “내가 그 사람들과 같이 일 할 땐”, “내 사업이 잘 돌아 갈 땐”, “그 친구가 내 밑에서 일할 땐”, 그런 말 뒤에 터무니없이 과장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 자기의 능력이나 집안의 내력을 상습적으로 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 뒤에서 사람들은 중얼거린다. “뻥이 심한 저 사람 이야기는 어디 까지가 진실이고 어디 까지가 거짓일까?” “저 사람 뻥과 과장만 아니면 있는 그대로 얼마나 좋아? 경제적으로도 부유하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을 만한데, 왜 뻔한 거짓말에 뻥을 입에 달고 살아서,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얼굴에 먹칠을 하고 사는지 알다 가도 모를 일이야!”
스콧-팩이 쓴 “거짓의 사람”(People of The Lie)”이라는 책 속에서 죄인과 악인(evil people)을 구별한다. 죄인은 완전하지 못해서 잘못을 저지르는 일반사람들, 회개하고, 용서받는 일반 사람들이 모두 죄인이라고 말한다. 악인은 평범해 보이는 일반 사람이지만, 자신의 죄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숨기며, 거짓말을 하며, 같은 죄를 반복하여 이웃에게 해를 준다고 한다.
악인은 회개할 줄 모르기에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주위에서 속죄양을 계속 만든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악인이 실수할 경우, 언제나 실수는 남의 탓일 수밖에 없다. 악인은 이상스럽게도 주위의 악인을 파괴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자신의 이미지가 위협받을 때 그들은 정의로움이라는 이름아래 어떤 행동이나 남의 잘못을 미워하고 비판하고, 그러기 위해 교회의 지도자나 권위적인 감투에 집착하여 자신을 가린다고 한다.
나르시스적 자아 탐닉, 자기중심적 세계관, 어려서는 누구나 그런 성향이 있으나, 자라면서 거기서 탈피하지만 못하는 사람들 그들이라고 한다. 건강 한 성인이 되어가면서 사람은 자기보다 더 큰 것, 자기위에 있는 것, 신, 자연, 나의 뜻대로 되지 말고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그런 차원으로 이전해가는데, 악인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나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가? 내속에 숨겨둔 죄들, 바쁘게 살아오느라고 감정을 풀어 치유하지 않은 채 나의 죄와 비슷한 상황을 만나 비판하고 정죄하는 투사행동은 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저지른 거짓말, 속임수, 도둑질, 사기, 부도덕한 짓거리들을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찾아 적어보았다. 며칠 동안 계속하며 그 상황들로 돌아가 보았다. 어머니는 가출하고 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살아온 유년기의 상처들로 제대로 자라지 못한 나는 사회적 적응이 어려웠고 그런 속에서 생존하는 중에 많은 죄를 졌다.
도둑질, 거짓말, 부도덕한 짓을 하며 비참하게 살아온 내가, 어떻게 가족들과 미국에서 행복한 은퇴생활을 하는 내가 되었을까? 특별한 은혜이며 축복이다. 나의 과거 죄를 묵상하며 느껴간다. 내가 죄를 범할 때 상황처럼,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게으른 주유소에 계속 가서 있는 그대로의 주인을 받아들이며, 화내지 않는 훈련을 계속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