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갑자기 지갑을 닫으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의 이달 소비심리는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소비심리 지수는 5월 58.4에서 이달 50.2로 급락해 역대 최저치인 1980년 5월 51.7보다 낮아졌다.
WP는 미국인들이 외식, 휴가, 이발, 청소 등 일상적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급격히 줄이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상품보다는 서비스 수요가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행, 외식과 같은 서비스 지출은 올해 초에 작년 대비 30% 올랐다가 현재 증가세가 절반으로 꺾였다.
반면 상품 지출은 올해 초 지난해 대비 10% 증가했고 6월에도 9%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버지니아주의 한 살롱 관계자는 “전체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20% 떨어졌고 평균 팁도 10%가량 떨어졌다”며 “손님들이 ‘미안하다, 더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 토로했다.
항공여행 예약 사이트 카야크에 따르면 미국 내 항공편 검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13% 줄었다.
식당 예약 사이트 오픈테이블 자료를 보면 지난 일주일간 식당에서 외식한 규모도 2019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WP는 서비스 지출에 대한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인이 자동차나 가구와 같은 상품을 마련한 뒤 휴가나 외식과 같은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늘린다고 보던 통념을 뒤집는다고 주목했다.
이러한 소비 감소는 저소득층과 부유층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바클레이스가 신용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최근 4∼6주 동안 서비스 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지속적 물가상승)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저소득층이지만 고소득층도 주식 등 자산 가치가 떨어지며 소비를 줄인다는 얘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분기에 가계의 재산이 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은 3조 달러 규모의 주가 폭락 영향이 컸다.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에는 가계부채,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 현재 미국 가계부채는 8천680억 달러로 작년 같은 시점보다 16%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1년 동안 소비자물가도 8.6% 상승했고 휘발유를 포함한 다양한 필수품의 가격이 급등했다.
최근 연준은 금리를 0.75% 인상하며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서면서 기업과 가계는 경기침체 우려를 더 깊이 느끼고 있다.
가계지출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소비심리 변화는 경기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러 변화를 종합적으로 볼 때 가계지출이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더글러스 덩컨 페니메이 미 국책 모기지 보증업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도 “소비심리 저하는 천천히 이뤄져 모든 게 한꺼번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