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도심 한복판에서 아시아계 여성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폭력을 가한 40대 여성이 체포돼 법정에 서게 됐다.
19일 CNN방송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뉴욕시 맨해튼지방검찰청은 전날 밤 플로리다주 여성 매들린 바커(47)에 대한 기소인정 여부 절차를 밟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바커를 3급 폭행 등 다수의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바커의 보석금으로 2만 달러를 책정했다.
플로리다주 메릿아일랜드 출신인 바커는 지난 11일 저녁 뉴욕시 맨해튼 미트패킹 지구에서 아시아계 여성 4명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이 중 3명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당시 잃어버린 가방을 찾고 있던 한 피해 여성에게 ‘나를 괴롭히지 말라’며 시비를 걸다 “너희들 고향으로 돌아가라”며 폭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바커는 피해 여성들을 돕던 아시아계 남성에게도 “이 XX들을 너희 나라로 데리고 가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바커는 피해 여성들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현장을 떠났지만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이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뉴욕경찰 증오범죄 태스크포스가 이 사건을 맡아 수사했고, 바커는 결국 목격자의 제보로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11일 맨해튼에서 아시아계 여성 4명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폭력을 가한 여성 매들린 바커(47)가 증오범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사진 뉴욕경찰 증오범죄TF 트위터]
후추 테러를 당한 니콜 청(24)은 언론 인터뷰에서 “누가 내 눈에 표백제를 뿌린 것 같았다.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부 미국인들이) 동양인에 대한 증오를 내뿜고 있다”며 “도시에서도 혼자서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뉴욕 경찰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증오 범죄는 전년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3월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577건의 증오범죄가 발생했고 이 중 아시아계를 타깃으로 삼은 증오범죄는 110건에 달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