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 쏴 제압하는 ‘시민 영웅’은 전체의 3%뿐
총격범이 자살, 스스로 떠난 경우가 절반…경찰 도착해도 큰 피해
미국의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격범을 막으려면 더 많은 사람을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많은 사람이 총을 들고 다니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NYT)는 이 질문에 답하고자 텍사스주립대의 고급법집행신속대응훈련(ALERRT)센터가 2000∼2021년 미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 433건을 분석한 결과를 22일 소개했다.
총격범이 현장을 떠나거나(113건) 스스로 목숨을 끊은(110건) 경우가 거의 절반이었다.
경찰이 총격범을 쏘거나(98건) 제압한(33건) 경우가 131건, 총격범이 경찰에 투항한 경우가 15건이었다.
주변 행인이 총격범을 제압한 경우가 64건이었는데 이 중 22건만 총기를 사용했다. 이 가운데서도 경비나 근무를 마친 경찰이 아닌 일반 시민이 총으로 제압한 사건은 전체의 3%인 12건에 불과했다.
앨라배마대에서 총기 난사를 연구하는 애덤 랭크포드 교수는 “‘총을 든 나쁜 사람을 막을 수 있는 건 총을 든 좋은 사람’이라는 흔한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직접적이고 명백한 실증적 증거”라고 평가했다.
433건 중 249건은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184건은 도착한 뒤에 끝났다.
경찰이 도착하는 데 평균 3분이 걸렸는데 설령 시작 당시부터 현장에 있었다고 해도 피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일례로 2019년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술집 밖에서 발생한 총격에서는 근무 중인 경찰이 32초 만에 총격범을 쐈지만 이미 26명이 총을 맞아 9명이 숨진 뒤였다.
ALERRT센터의 연구 총괄인 헌터 마테인데일은 “경찰이 1분 거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숙련된 총격범은 짧은 시간에 많은 탄알을 발사할 수 있으며 총격범이 정확하면 아주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사례처럼 경찰이 출동한다고 해서 바로 해결되지도 않는다.
2016년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총격이 일어나자 퇴근 뒤 클럽 경비로도 일했던 경찰관이 클럽밖에서 총격범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2분 뒤 더 많은 경찰이 도착했지만 바로 클럽에 진입하지 않았고 총격 시작 3시간 만에야 총격범을 저격했다. 이 사건으로 49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쳤다.
랭크포드 교수는 “실제 데이터를 보면 무장한 시민이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총격범을 제거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사법당국이 아닌 일반인이 현장에서 총기를 사용하면 더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
2021년 콜로라도주 아배다에서는 총격범을 쏜 행인을 경찰이 총격범으로 오인해 죽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