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에서 겨우 벗어나나 싶더니, 이번엔 ‘인플레이션 팬데믹’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0년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악전고투하고 있다. 최근 기준금리를 0.75% 인상(자이언트 스텝)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문제는 이것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연준은 다음달에도 또 자이언트스텝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닌 게 아니라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1.5 ~1.75%에서 4~7%까지 올릴 각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부지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인플레이션 기세를 꺾지 않고는 미국 경제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절실함이 엿보인다.
이런 가운데 많은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경기침체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말이 경기침체이지, 이미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경기침체는 곧 경제 대공황을 의미한다.
연준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8.6%를 기록했다. 연준으로서는 사실상 자이언트 스텝 외에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연준은 이번 인플레이션의 변수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중국 대도시의 ‘코로나 봉쇄’에 따른 공급망 차질을 지목했다.
반면, 경제계 일부에선 “금리인상의 주된 목적은 수요를 줄이는 역할”이라며, “공급량을 늘리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연준은 또 최근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대유행, 에너지 가격 상승, 광범위한 물가 압박과 관련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메이저 석유회사들의 생산량을 늘이고, 서플라이 체인의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데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무한정 공급한 달러화의 적체가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이다.
이를 반영하듯 연준은 금리 인상과 더불어 최근 본격 ‘양적축소(quantitative tightening)’에 들어갔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연준이 충격요법을 쓴 것은 물가 안정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조치로 다음달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내려간다면 최상의 결과다. 반면, 수치가 이 달과 비슷하거나 더 상승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승부수를 띄운 만큼 확실한 효과가 있어야 한다. 회심의 한 수가 먹히지 않는다면 다음 행보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연준의 대책이 효과가 미미할 경우 그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될까?
연준은 인플레이션 팬데믹과의 싸움을 장기전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 과정에서 미국 경제가 다소 희생되는 것도 감내할 용의까지 시사했다. 그렇지만 너무 심하게 훼손될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최근 연방 상원에서 경기침체가 닥칠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동안 경기 연착륙 희망에 무게를 싣던 자세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통화정책 수장이 공개적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한 만큼 시장에 주는 무게감이 다를 것이다. 월가에서는 이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확률이 높아졌다는 관측을 속속 내놓았다. 실제 뉴욕연방은행은 소프트 랜딩 보다 하드랜딩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그럼에도 금리인상 기조는 계속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경기침체보다 눈앞의 인플레이션 잡기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
코로나 19 팬데믹에 이은 인플레이션 팬데믹으로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기본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연준의 뜻대로 미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호탄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전망은 밝지 않다. 소시민 입장에서도 공개적인 경기예측보다 더 비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