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 미비’ 정치권도 겨냥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낙태 금지를 주장하는 보수파들의 손을 들어준 연방 대법원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NYT는 24일 대법원이 지난 1973년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마자 논설실 명의로 사설을 냈다.
NYT는 대법원이 기본권에 해당하는 낙태권의 존폐 결정을 연방정부가 아닌 각 주(州)로 넘긴 것을 문제 삼았다.
기본권에 해당하는 낙태는 주 정부 및 의회가 다룰 수 있는 권한이 아닐뿐더러, 임신을 한 모든 여성에게 관련된 낙태가 미국 내 지역에 따라 규정이 다르다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NYT는 대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논리적 배경으로 보수적 법철학인 ‘원전주의’를 지목했다.
원전주의는 법조문의 문언을 따져 엄격하게 법을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조문에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은 내용을 확대해 해석하는 것을 반대한다.
실제로 지난달 유출된 대법원의 결정문 초안도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어떤 헌법 조항도 낙태권을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NYT는 기본권과 관련된 판결에 원전주의를 적용하는 문제점을 부각하기 위해 인종간 결혼을 예로 들었다.
NYT에 따르면 지난 1967년 당시 미국 50개 주 가운데 16개 주가 백인과 흑인 등 인종간 결혼을 금지하는 주법을 시행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개인의 결혼과 동거 문제에 주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러빙 대 버지니아’ 판결을 내렸다.
NYT는 미국의 헌법에는 인종간 결혼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도 없었지만, 당시 대법원은 모든 시민에게 동등한 법적인 보호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인종간 결혼을 미국 전역에서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정치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지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50년 가까이 시간이 있었지만, 낙태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NYT는 현재 민주당 지도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낙태권 보장 법안은 통과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고, 의미 없는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서 현재 낙태가 허용된 지역에서라도 여성의 접근을 보장하고, 의회를 설득해 비처방 낙태약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