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처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알아보고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친구를 맺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보다 체취가 비슷할 가능성이 높으며, 냄새 판별 기기인 전자코(eNose)를 통해 체취를 확인하면 서로 낯선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케미가 맞는다’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실제로 후각 차원에서 화학(chemistry)이 작용하는 셈이다.
인간의 무의식적인 체취 탐색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제공]
24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에 따르면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의 신경생물학 교수 노암 소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체취와 친구 관계 형성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처음 만나 서로 호감을 느끼고 바로 동성 친구가 됐다는 22∼39세 남녀 20쌍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체취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향이 강한 음식은 피하고, 제공된 깨끗한 면 티셔츠를 입고 상대방이나 애완동물과 따로 자는 등 철저한 조처를 거쳤다.
이들이 입은 티셔츠를 지퍼백에 담아 수거한 뒤 10개의 금속산화물 센서를 가진 전자코를 이용해 체취에 담긴 화학성분을 분석했다.
개별 체취는 5차원 벡터로 표시한 뒤 각 쌍의 체취 간 기하학적 거리를 계산했다.
그 결과, 친구 간 체취는 무작위로 쌍을 이룬 사람들보다 화학성분의 거리가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체취가 비슷할수록 서로 좋아하고 이해하는 폭도 깊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코 대신 24명에게 직접 같은 체취를 맡게 한 실험에서도 무작위 쌍보다는 친구 사이에서 체취가 더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와 함께 전자코가 체취를 토대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조기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낄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서로 모르는 17명을 대상으로 0.5m 거리를 두고 마주 본 채 2분간 대화 없이 손동작을 따라 하는 ‘거울게임’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체취를 맡게 한 뒤 호감 여부를 조사했다. 이 실험은 이미 친구가 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같은 체취를 갖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설계됐다.
전자코는 이들의 체취를 분석해 서로 호감을 느낄지를 77%의 성공률로 예측했으며, 호감을 느끼지 않는 사례는 68%의 예측 성공률을 보였다.
즉, 체취의 유사성을 통해 낯선 사람들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었다는 것인데, 연구팀은 “사회적 케미에 진짜 화학이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결과는 후각을 잃은 사람들이 사회적 장애를 경험하며, 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가진 사람들의 사회적 화학신호가 다르다는 연구와 일치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 인간이 냄새를 통해 친구와 적을 구분하는 다른 지상 포유류와 비슷하게 후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으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인간이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며 상호작용하는 만큼 실험과정에서 체취의 효과가 실제보다 확대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인간이 후각을 활용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 여겨온 것보다 더 지상 포유류와 유사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