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판례 폐기에 대응해 직원들의 ‘원정 낙태 시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기업들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26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아마존, 애플, 리프트,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연방대법원 결정에 따라 50개 주 가운데 26개 주가 낙태를 금지할 것으로 예상되자 잇따라 낙태권 보장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낙태 금지 주에 거주하는 직원들이 낙태가 보장된 다른 주로 이동해 원정 시술을 받을 때 직장 의료보험을 통해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하지만, 낙태를 금지한 주 정부와 의회, 낙태 반대 단체들이 기업들의 ‘원정 시술’ 지원 행위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의료법 전문가인 로빈 프렛웰 윌슨 일리노이대 교수는 소송 제기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딸을 데리고 주 경계를 넘은 개인이 고소를 당할 수 있듯이 아마존 등 기업들도 얼마든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앞서 작년 9월 사실상의 낙태 금지법을 먼저 시행한 텍사스주에선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원정 낙태 시술을 지원하는 기업들을 겨냥해 영업 활동 금지 등의 불이익을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낙태를 금지한 주 정부와 보수 단체들이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기업들은 1974년 제정된 연방법인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을 방어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법은 고용주가 돈을 대는 직장 건강보험 요건과 적용 범위에 대해 주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ERISA의 보호막도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민간 보험사 상품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이런 상품은 ERISA가 아닌 주 법으로 규제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낙태 금지 주들이 원정 시술 지원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형법을 제정할 경우 기업들은 형사 고발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