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판례’ 폐기 결정 이후 맞은 첫 주말, 미국 곳곳에서 진행된 예배와 미사 등 종교 모임에선 해당 판결에 대한 찬사와 탄식이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AP 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피츠버그 세인트 폴 대성당의 크리스 스투브너 주교는 설교 중 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폐기 판결에 대해 언급하면서 “큰 기쁨과 축복의 날”이라고 치하했다.
그는 50년 가까이 유지된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뒤집힌 건 많은 가톨릭 신자들과 다른 이들의 기도 덕분이라면서 “(해당 판례는) 모든 생명이 신성하다는 교리를 위반한 것으로, 교인이라면 낙태를 지지할 수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있던 여성 등 3명은 스투브너 주교의 설교가 끝나기 전 자리를 떴다. 다만, 이들이 어떤 이유로 퇴장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전미 히스패닉 기독교 리더십 콘퍼런스 회장인 사무엘 로드리게스 목사도 “도덕적·정신적 승리의 하나”라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그는 아이를 기를 처지가 안 되는 데도 낙태를 할 수 없게 된 여성과 어머니들을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입양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낙태 금지를 지지하는 교인이 다수인 일부 교회는 ‘노예해방에 준하는 결정’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고, 예배 중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반면, 뉴욕 맨해튼 소재 미들컬리지에이트 교회의 재키 루이스 목사는 “연방대법원이 여성과 자유를 향해 끔찍한 타격을 줬다”면서 예배 중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안전한 합법적 낙태가 없어지면서 정의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문이 열렸다”며 “너무 아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실감과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대교 랍비 사라 드파올로도 안식일 예배 중 “이 결정이 신자들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의 믿음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이건 우리의 유대인 교리와 전통을 반영하지 않는 결정”이라고 개탄하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교인의 낙태권 옹호 비율이 높은 일부 교회에선 예배 시작 전 ‘우리는 극복할 것’이라는 구절을 함께 되뇌이거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인간의 권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구호를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미 주류 개신교와 불교, 힌두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을 믿는 성인 대다수가 낙태권 보장을 지지한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다만, 미국내 복음주의 개신교, 여호와의 증인,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 교인들은 낙태권을 보장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인 경우가 많고, 가톨릭 신자는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고 퓨리서치센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