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부 주에서 낙태가 금지되지 않은 주를 찾아가 임신중절 수술을 받는 이른바 ‘원정낙태’를 막는 입법이 추진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수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 보수 시민단체 다수가 원정 낙태에 도움을 준 주민을 겨냥해 누구라도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금전을 받아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한 기존 판례를 49년만에 폐기한 데 따라 이어지는 공방의 일부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각 주는 개별적으로 낙태금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 낙태가 금지되는 주에 사는 여성은 낙태가 불가피할 경우 낙태가 허용되는 주를 찾아갈 유인이 생겼다.
WP는 여러 주 의원들이 지난 주말에 열린 전국 차원의 낙태반대 회의에서도 원정낙태 금지법안 제출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주 정부가 원정 낙태를 직접 단속하지 않고 목격한 이들이 민사소송을 걸도록 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주 정부가 집행에 나서지 않으면 낙태권을 옹호하는 단체가 맞소송으로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구상이다.
보수 법률자문단체인 ‘토머스 모어 소사이어티’의 피터 브린 부회장은 “주 경계를 넘는다고 그 주의 사법권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고 실효성을 기대했다.
WP는 의료기관이 기본적으로 송사를 꺼리는 까닭에 법안 제출만으로도 임신중절 수술이 위축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수진영의 아성 텍사스주는 작년에 민사소송 방식으로 낙태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는데 그때도 법원이 개입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실제 수술이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주에서는 원정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맞대응하려는 법안이 추진된다.
코네티컷주는 임신중절 사건과 관련해 다른 주의 개입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안을 올해 4월에 이미 가결했다.
낙태 때문에 다른 주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되고 수사당국도 다른 주의 협조 요청이나 처벌 권고를 따를 필요가 없다.
진보진영의 아성 캘리포니아주도 최근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켜 의료기관과 환자가 민사소송을 당해 타격을 입지 않도록 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정권은 원정낙태를 금지하는 주 법률에 맞서 연방 정부가 개입해 법정 공방을 벌이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메릭 갈런드 연방 법무부 장관은 최근 성명을 통해 “주 경계선 밖에서 제공되는 생식과 관련한 서비스를 금지하려는 주의 권한을 연방 헌법으로 계속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