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로 했다는 판결문 초안이 보도된 뒤 미국에서 정관수술을 받으려는 남성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NBC방송이 1일 보도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돼 여성의 낙태가 어려워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자 이미 자녀를 가진 남성이나, 결혼했지만 아이를 갖기를 원하지 않는 남성들이 정관수술을 앞당겨 받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거주하면서 메타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올해 26세 피글러씨는 수년 전에 아내와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고, 30세가 되면 정관수술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최근 그 일정을 앞당겼다.
피글러씨는 “나의 성인생활의 대부분을 위해서 어느 시점엔가 수술을 받으려고 계획하고 있었다”면서 “나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해서 편하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고, 아내도 그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클리닉’은 정관수술 일정을 잡으려는 요청이 상당히 증가했다면서 “대개 하루에 3~4건 요청이 있었지만 지난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90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오하이오주의 다른 대학병원들도 대법원 판결 이후 수술 일정잡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관수술에 대한 문의가 약간 증가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주 노스마이애미의 비뇨기과 전문의인 데이비드 로빈스는 전화문의가 너무 많이 와서 진료예약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주리주의 캔사스시티의 비뇨기과 전문의인 크리스티안 헤팅어는 “지난 금요일(6월24일) 이후 정관수술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900% 올라갔다”고 밝혔다.
오하이오와 텍사스, 플로리다, 미주리주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되면 자동적으로 낙태금지법이 시행되도록 한 이른바 ‘트리거 법’이 있는 주들이다.
전문가들은 정관수술은 복원이 가능할 수 있지만 영구적인 남성피임 방법으로 간주돼야 한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