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이 옮아붙은 옷을 벗어 던진 채 울며 도망가는 사진으로 베트남전 참상의 상징이 된 ‘네이팜탄 소녀’가 50년 만에 화상 치료를 마무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건 참상을 담은 사진의 주인공 판티 낌푹(59)이 이번 주 마이애미주의 한 피부과에서 12번째이자 마지막 레이저 치료를 끝냈다고 1일 보도했다.
낌푹은 1972년 남부 베트남 마을에 떨어진 네이팜탄 공격으로 14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네이팜탄은 섭씨 3천 도에 가까운 열을 내며 낙하지점 반경 수십m를 불바다로 만드는 폭탄이다.
미군은 이처럼 무차별적 살상력을 지닌 비인도적 무기를 베트남전 등에서 사용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낌푹은 네이팜탄에 입은 화상 때문에 퇴원 후에도 계속되는 고통과 싸우며 치료를 이어가야 했다.
전쟁이 남긴 깊은 심리적 상처와도 맞서 싸우던 그는 50년에 걸쳐 육체적 상처를 모두 치유했다.
낌푹은 “나는 이제 전쟁의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며 “5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친구이자 조력자,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평화를 촉구하는 생존자다”고 말했다.
사실 낌푹은 아픈 몸을 이끌고 이미 수십년간 전쟁 생존자로서 반전운동에 참여한 인사였다.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그는 1992년 캐나다로 망명한 후 인생 전환점을 맞았다.
자서전 ‘사진 속의 소녀’를 출간했고 국제재단도 만들어 전쟁을 겪는 아이들을 도왔다.
낌푹은 1997년 유네스코에서 유엔평화문화친선대사로 임명돼 세계를 돌며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는 “모든 이들이 사랑과 희망, 용서로 가득 찬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며 “만약 그런 삶을 사는 방법을 배운다면 전쟁은 결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포에 질려 울던 9살 소녀를 사진에 담아낸 건 당시 21세이던 사진기자 닉 우트(71)다. 두 사람은 여전히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낌푹은 퓰리처상을 받은 이 사진을 과거에는 싫어했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사진 찍힌 것이 수치스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