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주의보에 활용…’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아냐”
인공지능(AI)이 과거 범죄 발생률 데이터를 근거로 미래에 어디서 무슨 범죄가 발생할지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과학 전문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대학 이샤누 처토파댜이 교수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AI 모델에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2014∼2016년 지역별 범죄율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학습 기간 직후의 범죄 발생률을 예측하도록 한 결과 9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시카고를 가로세로 300m 크기의 구획으로 나눴는데, AI는 살인·강도 등 어떤 범죄가 어떤 구획에서 발생할지 일주일 전에 거의 정확히 예측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시카고 외 다른 주요 7개 도시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실험한 결과 AI가 비슷한 정확도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범죄율 예측 모델을 경찰에 주의 단계를 통보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처토파댜이 교수는 “치안 자원이 무한정하지는 않다. 가장 적절하게 자원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며 “어디서 살인사건이 벌어질지 미리 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데이터로 인간의 ‘편견’이 치안정책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도 분석했다.
시카고에서 생활수준·지역별로 현행범 체포 건수를 분석한 결과, 부유한 동네에서 체포 건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보다, 부유층 거주지역에서 경찰이 치안력을 더 강하게 적용했을 정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실 AI의 범죄율 예측에 ‘인종적 편견’이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은 오랜 기간 계속돼왔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범죄 데이터를 인간이 생산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부 경찰이 흑인이나 소수인종 거주지만 집중 순찰하거나, 유독 흑인의 범죄자를 더욱 엄격하게 처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이런 편견이 AI의 판단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처토파댜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 인종적 편견이 작용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용의자를 특정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 위험이 높은 지역만 보여줄 뿐”이라며 “마이너리티리포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이너리티리포트는 범죄 발생을 예견하는 첨단 치안시스템이 오용돼 다른 희생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공상과학(SF) 영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