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단속을 피하려던 흑인 남성이 경찰관들이 쏜 총알 60발을 맞고 즉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제2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3일 ABC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0시 30분쯤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교통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흑인 남성 제이랜드 워커(25)가 경찰들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마일렛 애크런 경찰서장은 “사망한 워커 머리와 몸, 다리 등에서 최소 60개의 총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정확한 발포 횟수는 아직 조사 중이나,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워커를 향해 최소 90발을 발사한 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및 경찰 보디캠(몸에 부착하는 카메라) 영상 3점을 공개했다. 워커에게 총을 쏜 경찰 8명은 모두 직무정지 상태다.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교통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흑인 남성 제이랜드 워커(25)가 경찰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워커의 몸에선 총상이 최소 60개 발견됐다. 로이터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워커는 경찰의 정지 명령에 불복하고 차를 계속 몰았다.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차를 세운 워커는 조수석으로 내려 도주했고, 경찰은 실탄을 난사했다. 도주 당시 워커는 스키 고글을 쓰고 있었다.
사건 초기 애크런 경찰은 동영상을 토대로 숨진 워커가 도주 과정에서 경찰차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영상 속 워커의 차량에서 섬광이 번쩍한 것이 워커의 선제 발포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면서다.
애크론 경찰의 바디캠 영상. 경찰이 워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로이터
총격으로 쓰러진 워커에게 경찰들이 발포하고 있다. 로이터
경찰관 (왼쪽에서 두번째)이 총격 중지 명령을 내린 몇 초 후에 다른 경찰관의 총구에서 발사되는 섬광이 보인다. 로이터
하지만 워커측 변호인은 워커가 도주할 때 손에 총이 들려 있지 않았고, 워커의 차 뒷면 유리창이 깨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총을 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워커의 권총은 운전석에서 발견됐다.
변호인은 “모든 것이 6초 사이 벌어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총격이었다”며 “워커가 바닥에 쓰러지고서도 총성은 계속 들렸다. 경찰은 응급처치를 하기 전에 수갑부터 채웠다”고 비판했다.
워커의 차량 앞좌석에 권총, 장전된 탄창, 금반지가 붙어 있는 모습. 로이터
워커의 죽음이 알려진 후 애크런에서 연일 흑인 인권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3일 미국 인권단체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팻말을 든 채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워커의 죽음이 알려진 후 애크런에서는 연일 흑인 인권 시위가 벌어졌다. 3일 미국 인권단체 NAACP(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가 주도한 시위에는 주민 수백 명과 시민단체 회원이 참여해 정의를 요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워커의 이모 라 후하나 도킨스는 “워커가 왜 개처럼 총에 맞아 쓰러졌는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앞서 2020년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질식사하면서 인종차별적 공권력 오남용 논란이 커졌다. 이 사건은 미 전역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불붙는 계기가 됐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