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에 타서 문 근처에 있으라는 친구 말을 안 따랐다면, 저도…”
과테말라 출신 예니퍼 율리사 카르도나 토마스(20)가 회상하는 ‘그날’은 무척 더웠다.
지난달 27일 멕시코 국경 인근 텍사스의 한 창고 옆에서 트레일러 화물칸으로 발을 디딜 때 그는 자신의 몸을 훅하고 감싸는 열기에 ‘시원한 문 옆에 앉아야 한다’는 친구 조언을 떠올렸다고 한다.
카르도나 토마스는 지금까지 53명이 숨진 역대 최악의 밀입국 트레일러 참사 생존자 중 한 명이다.
샌안토니오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그는 4일 A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차에 오르자마자 밀입국 주선자들이 휴대전화를 걷어 갔다”며 “이어 육수용 치킨 분말을 바닥에 뿌렸는데, 숨 막히는 트레일러 안에서 (가루 때문에) 피부가 따가웠다”고 말했다.
치킨 분말은 검문소에서 탐지견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쓰인다.
중간중간 정차하는 곳에서 다른 이주민들이 우르르 탈 때도 그는 악착같이 문 옆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로 친해진 한 이민자도 토마스를 따라 문 근처에 앉아 있었는데, 함께 트레일러에서 살아남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디론가 한참을 달리는 동안 트레일러 안은 점점 찜통으로 변했다.
그는 “너나 할 것 없이 답답해 고함을 질렀고, 누군가는 울부짖었다”며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더워서 당장 정차하고 문을 열어 달라거나 물을 내놓으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그때 운전기사였는지, 트레일러를 뒤따라오던 차량 탑승자였는지 모르겠지만 ‘곧 도착한다. 20분 남았다’, ‘6분 남았다’라는 누군가의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아비규환 속에서 결국 혼절한 토마스가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병원이었다.
5월 30일 과테말라시티를 떠나 자동차와 버스를 몇 차례 갈아타고 국경을 넘은 토마스는 목적지를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알고 있었으나, 당시 트레일러는 훨씬 먼 노스캐롤라이나를 향해 갈 예정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미국행을 위해 이민자 수송업자에게 4천 달러를 건넸다고 했다. 밀입국 시장 ‘정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이 돈은 아버지에게 지원받았다.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 사는 그의 아버지는 “딸이 미국으로 가길 원한다기에 도와줬다”며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그냥 떠났다가 행방불명되는 사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토마스의 아버지는 이어 “(참사) 당일 아침까지도 딸과 연락했지만, 트레일러를 타고 가게 될 줄은 몰랐다”며 “참사 뉴스를 접하고 딸이 죽은 줄로만 알았다. 어디에 묻어줘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연방당국은 트레일러 운전자를 포함해 참사 관련자 4명을 기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