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유통 현장에서 일손 부족현상이 해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후유증 가운데 하나다. 구인난은 천정부지의 원자재 가격 상승, 서플라이 체인 병목현상 등과 함께 자영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자영업자들은 직원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고 아우성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최근 미국 실업률은 완전고용 상태다.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코로나 팬데믹 19 이전보다 적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경기가 활황을 보이면 기업의 생산활동이 증가해, 고용이 늘고 실업률은 하락하게 된다. 반대로 불황기에는 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된다. 고용이 줄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경기는 기존 경제이론과는 다른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국내총생산(GDP)은 지난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감소한(잠정치) 반면,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4%에서 올 5월 3.6%로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연방정부가 경제와 관련,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고용문제에 대입해 보자.
고용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 있다. 이 곡선은 임금과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낮게 나타나는 반비례 관계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실업률이 낮으면 경기가 좋다는 의미다.
이 같은 기존 경제이론들을 현 상황에 단순 도입해보면 분명 경기후퇴가 아니다. 물론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도 주류언론들과 경제전문가들은 연일 빨간 경고등을 켜고 있다.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 등 3중고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미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미국민들의 과반을 넘는 52%가 경제상황이 지난해 보다 나빠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경기후퇴 시기에 실업률이 이렇게 낮은 적은 없었다. 미국 경제가 경기 후퇴 사이클 상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기존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매우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류 언론에서는 올 상반기 미국 경제 상황을 ‘고용이 풍부한 경기후퇴’라고 명명했다. 예전에 회자되었던 ‘고용 없는 성장’을 살짝 뒤틀어 만든 용어다.
앞으로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기 후퇴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GDP는 감소하지만 고용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저널의 이 예측이 맞는다면 연방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 걸어 잠근 취업 이민자 문호를 다시 개방, 노동인구 부족의 물꼬를 트는 것이 마땅하다.
바이든 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과 해외기업의 국내 유치에 주력하면서도, 부족한 노동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분명 난센스다.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노동인력이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다. 자동화만으로는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서비스업 분야에선 자동화의 한계가 뚜렷하다.
일말의 우려는 있다. 최근 정보기술(IT) 기업과 월가 금융투자기관을 중심으로 감원태풍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이피 모건,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등 월가 금융투자기관들은 빠르면 이달중 전체 인원의 5%내지 8%를 감원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실적 부진이 그 이유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 연말 대량 감원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IT업계에서는 올들어 3만 5000명 이상 해고했다. IT기업과 금융투자기관은 미국 경제의 핵심 가운데 핵심이다. 핵심 주체가 대량 감원에 나설 경우 고용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악조건 상황 속에서도 전문 인력들은 비숙련 노동분야로 쉽게 갈아타지 않는다. 전문 분야 종사자는 노동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그다지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