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내 한국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불고기, 삼겹살, 떡볶이 등 K-푸드는 미국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대로라면 kimchi, bulgogi, ttoboki가 나초, 살사, 브리또 등 멕시칸 음식처럼 미국 음식문화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인1세대가 보기에는 미국내 젊은이들이 즐기는 한식이 너무 미국 현지화되었고, 한식의 정체성을 잃은 정체불명의 음식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김치와 불고기 등 한식에 얽힌 한국문화는 무시당하는 일도 많다. 이는 ‘타코 맥’ 등을 통해 미국 패스트푸드화된 멕시칸 푸드도 똑같이 겪는 문제다.
멕시칸 음식 전문가이자 요리 연구가인 실바나 살시도 에스파르자(Chef Silvana Salcido Esparza) 씨는 “미국인들이 타코는 좋아하지만 타코를 만드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는 멕시칸 음식을 즐기는 사람에게 멕시코 문화도 전달하고 싶다고 바란다.
예를 들어 자신들이 재배한 토마토와 복숭아를 갖고 와서 멕시칸 그로서리에서 빵과 우유 등으로 교환하는 멕시칸 이민자 농부 이야기, 그로서리나 주유소에 모여 영어 공문서에 대해 물어보거나 일자리를 찾는 멕시칸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멕시칸 푸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또 멕시칸 푸드가 미국내에서 너무 정형화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 오면 타코, 살사, 또르띠야는 어디 있냐고 묻는다. 정통 멕시칸 푸드를 대접하는 우리 가게에는 그런 것이 없다”며 “미국 손님들에게 언제나 멕시칸 푸드 뿐만 아니라 문화를 이해해달라고 부탁한다”고 지적했다.
유명 음식블로그 Food in 2 Worlds를 운영하는 존 루돌프(John Rudolph) 씨도 음식은 문화이자 역사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흑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은 노예제도 시절 백인 주인들이 먹고 버린 식재료 등으로 만든 음식에서 유래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 음식 팟캐스트 아시안 아메리카나(Asian Americana)를 운영하는 퀸시 수라스미스(Quincy Surasmith) 씨도 이민자 음식을 미국인들에게 소개할 때 전통 음식(traditional)과 정통파 음식(authentic)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서 LA한인타운에서 처음 만들어진 LA갈비는 틀림없는 한국음식(authentic)이지만, 한국 본토에서 나온 음식은 아니기 때문에 전통음식(traditional)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라스미스 씨는 “이민자 음식을 소개하고 맛볼 때, 단순히 맛 뿐만 아니라 그 음식에 얽힌 역사와 문화, 지역색까지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LA갈비를 미국인에게 대접하면서 이 음식이 한국 전통 음식은 아니지만, 한국음식을 그리워한 LA한인들이 미국식으로 손질된 쇠고기를 저마다의 방법으로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소개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한인들이 왜 미국에 이민왔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대화를 나누면 금상첨화라는 점이다.
최근 몇 개월간 아시안 등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은 총격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민사회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안 푸드는 미국사회에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코리안 푸드가 정체불명의 미국 음식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한식을 통해 한국문화와 한인들의 이민역사를 소개할 준비를 우리 한인사회가 해야 할 것이다.